두산그룹의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두산건설이 수년 간 순손실(당기손익 기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매각설’이 불거지고 있다. 두산건설의 최대주주 두산중공업은 그동안 꾸준한 유상증자를 통해 자회사 두산건설에 자금 지원을 해 왔으나 손실을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중공업의 재무상황도 여전히 녹록치 않고 신용등급도 강등된 상태다.
두산건설의 이 같은 위기 상황은 수도권 자체 사업에서 손실이 커졌고, 대규모 토목 사업도 고전하고 있어서다. 또한 이 같은 손실은 두산그룹에까지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올해 3분기(누적 연결기준)에도 약 23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건축(주택사업·건물)과 토목(도로, 교량, 철도, 향만) 두 부문에서 각각 약 169억원, 79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냈다.
두산건설은 올해 초 두산중공업으로부터 유상증자(5000억원)를 통한 자금 지원 받았지만 약 9년간 연속 손실(당기손익 기준)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무상황도 현재 불안정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건설은 올해 3분기 유보율(기업의 재무여력을 나타내는 지표)은 217.5%(에프엔가이드)로 지난해 말(412.4%)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보율은 기업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량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이익을 사내에 축척하고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를 뜻한다. 유보율과 유보금액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 여력이 충분하고 기업의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유보율이 비정상적으로 낮으면 재무구조가 허약하다는 뜻이다.
이자보상배율은 3년 연속 1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일 년간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두산건설은 현재 수년간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으로 그치고 있다.
두산건설의 이 같은 유동성 위기의 첫 시발점은 9년 전 발생한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미분양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 두산건설은 2010년까지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흑자를 냈으나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가 대거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큰 손실의 늪에 빠졌다.
건설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재무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던 계기는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라는 대규모 사업 때문”이라며 “예상했던 것 보다 사업이 부진하게 되면서 그만큼 리스크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산에서 분양한 단지(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가 고분양가와 대형평수라는 점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미분양이 크게 났고 당시 두산건설은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그룹 측은 위기에 빠진 두산건설을 구제하기 위해 유상증자 및 RCPS(상환전환우선주) 정산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올해 3월에도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 두산중공업은 자회사인 두산건설에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금을 지원했다.
흔들리는 재무상황에서 직원 이탈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두산건설의 임직원 수는 1115명으로 전년동기(1280명) 대비 12.89% 감소한 상태다.
주가도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두산건설의 현재 주가(12월 10일 종가기준) 1250원으로 9년 전(2010년 12월 11일, 5만878원) 대비 97.54% 하락한 상태다.
두산건설의 재무적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으나 두산그룹의 지원도 마땅치 않은 상태라고 한다. 현재 두산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하락해서다. 한국신용평가는 “두산은 그룹 최상단에 위치한 사업지주회사로서 핵심 자회사인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계열사의 사업 및 재무안정성이 신용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또한 대규모 손실을 촉발시킨 두산건설의 근본적인 사업위험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산건설의 모기업 두산중공업도 고전하는 상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적자 순익(4217억원)에서 흑자(1679억원 순이익)로 돌아섰지만 이번 분기(3분기) 724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상태다. 또한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유동부채)는 약 13조9857억원에 달하며, 순차입부채(차입금에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뺀 금액)도 9조1443억원으로 지난해 말(8조783억원) 대비 1조원 이상 늘어났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매각설’까지 나도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매각설 관련 기사가 나오긴 했으나 사실무근”이라며 “과거 손실에 대한 내용은 꾸준히 언급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두산그룹의 재무구조가 주춤한 상황에서도 임원들(등기이사, 최대주주)의 급여는 여전히 수억원이 훨씬 육박하는 연봉을 받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박지원 대표이사는 지난해 말 15억4100만원의 연봉을 받았고, 두산건설의 박태원 부회장도 5억1036만원의 급여(2018년 말)를 받았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