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내 은행업의 수익성과 성장성, 건전성이 모두 동반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2일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내년 대출 증가율은 올해보다 소폭 낮아져 5%대 초중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상반기 6.1%에서 올해 말 5% 중후반을 거쳐 내년에는 5% 초중반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대기 연구원은 “가계대출은 혁신금융 강화, 가계부채 및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라며 “기업대출도 혁신금융 강화 정책 등 긍정적인 요인이 있으나, 이미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이 비교적 높은 상황에서 가계대출 성장의 둔화를 상쇄할 만큼의 기업대출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은행의 내년 수익성 역시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준 7% 전후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쟁이 심화되고 소비자보호 관련 비용 상승과 수수료 관련 영업의 위축 가능성 및 대손비용 상승 가능성 등에 따라 ROE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
이 연구원은 “오픈뱅킹으로 인한 경쟁심화와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고,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규제 등으로 비이자이익 감소가 전망된다”면서 “인력관리의 유연성이 부족해 인건비를 줄이기는 힘든 구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저금리 지속으로 대출자산 성장세 둔화와 금리 하락세가 더 강력하게 나타날 경우 국내은행 이자이익은 기본 전망보다 최대 3.5조원 더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은행의 대출자산증가율과 NIM이 각각 5.3%와 1.55% 수준을 보일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발생하는 이자이익은 42조9000억원 수준이다. 만약 대출자산증가율이 3.5%, NIM은 1.45%까지 떨어질 경우 3조5000억원의 이자이익이 더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내년 은행의 건전성 마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개인사업자대출의 건전성 우려가 있고, 한계기업 비중이 확대되고 있으며, 지방 경기(중소기업부동산) 악화 등으로 대손비용 측면의 하방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수익성이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낮은 이자율 덕분에 부실화가 지연되는 잠재적 위험대출이 누증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대손비용의 상승은 경기국면 등에 따라 언제든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내년 은행업에 대한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제안됐다. 주로 디지털과 비용효율성, 해외진출 등과 관련된 방안이다.
일례로 비용효율성과 관련해서는 디지털화 등에 따른 인력과 점포 수요 감소에 대응해 은행대리점, 은행공동점포, 점포공유 등을 도입하고, 성과급제와 직무급제 적용 확대 등 급여체계 및 경영관리의 유연성을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 연구원은 “저성장·저금리로 인해 은행의 수익기반이 약화되는 가운데 현재의 노동시장과 급여체계의 유연성을 감안하면 은행의 이익증가율이 인건비 등 비용증가율을 상회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총이익 증감에 대응해 물건비와 인건비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