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참수 대회’ 외교적 결례 우려에 경찰·주최측 ‘옥신각신’

‘해리스 참수 대회’ 외교적 결례 우려에 경찰·주최측 ‘옥신각신’

기사승인 2019-12-14 06:00:00

진보 성향 시민단체 국민주권연대가 주한 미국대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앞서 경찰청과 외교부가 해당 집회의 과격성을 두고 우려를 표명한 만큼, 현장은 경찰과 참가자 간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국민주권연대는 13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규탄하는 ‘해리스 참수(斬首) 경연대회’를 진행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 증액을 요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종북좌파에 둘러싸여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해리스 대사의 추방을 요구한다는 취지다. 

이날 집회 관계자는 해리스 대사의 방위비 증액 요구를 두고 “악덕 건물주도 한 번에 임대료를 5배 올리지 않는다”며 “일제 강점기에 내정 간섭을 하는 총독 같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집회 참석자들은 해리스 대사 얼굴 사진이 붙은 축구공을 발로 차는 퍼포먼스를 시도했다. 

집회 시작과 동시에 경찰은 “협박이나 명예훼손 등 불법적 행위, 비엔나 협약에 위배되는 행위를 할 경우 적극적 제재 조치를 가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주권연대가 축구공 퍼포먼스를 준비하자 “해리스 대사의 얼굴 사진을 축구공에 붙이는 것은 허용하지만, 이를 발로 차는 것은 명예훼손이므로 허용할 수 없다”며 막아섰다. 그러자 한 참석자가 축구공에 붙은 해리스 대사의 사진을 찢어 바닥에 뿌렸다.

국민주권연대는 지난 10일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집회를 홍보하며 해리스 대사 참수 퍼포먼스 아이디어를 받았다. 이에 경찰청과 외교부는 잇따라 해당 집회의 과격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종로경찰서 정보과 정보2계 관계자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하지만, 집회 현장에서 외교적 결례나 공공의 안녕을 위협하는 불법 행위가 나타날 시 적극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도 정례브리핑을 통해 “주한 외교사절에 대해 공개적인 위협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는 주한 외교사절의 신변안전 및 외교공관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국민주권연대 측에 ‘집회 제한 조치’를 통고하기도 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찰은 사전에 신고를 마친 집회도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있다.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우리 정부는 공관지역을 보호하고, 공관의 안녕과 품위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민주권연대는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방한을 앞두고 ‘트럼프 참수 경연대회’를 열어 논란이 됐다. 당시 이들은 미 대사관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폭죽 불꽃으로 태우고 문서 파쇄기에 넣는 등 퍼포먼스를 보였다.

한성주 인턴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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