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아동음란물사이트’ 운영자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것에 대해 정부는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세계 최대의 유료 음란사이트의 운영자와 이용자에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며 신상 공개 및 합당한 처벌을 청원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20일부터 한 달 동안 총 27만4863명의 국민이 동의했다.
참고로 지난 10월 우리나라, 미국, 영국 등의 공조수사로 회원 128만 명의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청소년음란물 유통 사이트인 ‘웰컴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모씨가 구속됐다. 손씨는 2015~2018년 3월까지 사이트를 통해 25만 건을 상회하는 영유아 성착취 음란물을 유통시켰다. 그렇게 손씨가 취득한 범죄 수익은 4억여 원. 또 검거된 이용자 310명 중 우리나라 국민은 200여명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대중을 공분케 한 사실은 운영자 및 이용자에 대한 판결이었다. 지난해 3월 체포된 손씨에게 법원은 징역 1년 6개월에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의무이수를 명령했다. 사이트 이용자들은 초범이란 이유로 150~1000만 원 이하의 벌금만이 선고됐다. 이에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난이 봇물을 이뤘다.
이 장관은 청와대 라이브를 통한 답변에서 “선고 수위와 국민의 법감정 간의 괴리 때문”이라면서도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사법부의 결정을 따르고 판결 취지를 존중할 의무가 있다”고 말해 손씨에 대한 추가 처벌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음을 에둘러 밝혔다.
다만, 이 장관은 “추가 동일 범죄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만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는 만큼 법과 제도 개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아동청소년음란물을 이용할 시 처벌은 제작·수입·수출시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 징역을, 영리 목적의 판매·배포시 10년 이하 징역, 고의 소지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벌금 및 법정형을 내리게 되어 있다.
문제는 판매·배포 시 최저 처벌 기준이 없고 소지에 대한 처벌도 미흡하다는 점이다. 현재 아동청소년성보호에 대한 개정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상태다. 개정안은 아동청소년의 성착취 현상을 영리 목적으로 판매·배포 시 최저 처벌 기준을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설정하는 한편, 고의 소지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장관은 “정부는 법 개정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현재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데, 이번 청원을 계기로 여가부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요청, 위원회도 양형 기준을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형기준이 정해짐에 따라 해당 범죄에 대한 상세한 처벌 수위 예측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관련해 검찰도 사건 처리기준을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