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 ‘위성정당’ 등장 時 무력화

연동형 비례대표제, ‘위성정당’ 등장 時 무력화

기사승인 2019-12-20 11:40:02

‘국민 닮은 국회’를 만들겠다는 선거제도 개혁 취지를 반영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연비제)’가 좌초 위기에 놓였다. 연비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에 반대해온 자유한국당이 연비제를 무력화시킬 대응카드로 ‘비례한국당 창당’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비례한국당’은 한국당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한국당이 연비제 도입으로 지역구 의석을 많이 확보할 경우 비례대표 의석이 줄어드는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선거 때만 만들었다 비례대표를 확보한 후 합당하는 정당을 말한다. 일종의 ‘페이퍼정당’ 또는 ‘위성정당’인 셈이다.

이와 관련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19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만일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음을 미리 말한다”고 연비제 도입에 매진하는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 경고했다.

이어 원영섭 조직부총장은 “중앙선관위에 등록 직전단계로, 당 지도부의 결정만 내려지면 당장 등록만 하면 된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통과를 전제로 한 것이라 현재는 움직일 수 없다”면서 창당준비를 이미 모두 마쳤다는 점을 연합뉴스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한국당은 당 내부적으로 위성정당의 이름도 7~8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지역구 총선에서는 한국당이 기호2번을, 비례대표 투표에서는 ‘비례한국당’이 기호2번을 받을 수 있도록 한국당에서는 비례대표 후보를 일절 내지 않는 방안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비례한국당 만으로 제3당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당 소속 비례대표 국회의원 17명 전원을 비례한국당으로 소속을 변경하는 등 의원수 구성 및 이적에 대한 내부논의도 하고 있는 등 위성정당 창당의 구체적인 방안들도 이미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의당은 즉각 비난에 나섰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19일 논평에서 “자유한국당 의원총회는 아무말대잔치를 하는 곳인가. 대한민국 제1야당의 의원총회의 무게가 어찌 이리 한낱 깃털만큼 가볍단 말인가. 항간의 뜬소문으로만 여겼던 ‘비례한국당 창당설’이 원내대표 입에서 공식적으로 언급되다니 놀라울 따름”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은 국민들이 그렇게 우습나. 현재의 패스트트랙을 불법으로 생각하니 페이퍼정당 만드는걸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올리고 있다. 페이퍼 컴퍼니 만들어 쇠고랑 찬 사기꾼 투자자들처럼, 페이퍼 정당을 만들어 당이 망해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자유한국당이 정말 ‘비례한국당’을 만든다면 비례의석으로 망하는 ‘비례망국당’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같은 날 구두 논평으로 “선거법 협상에는 임하지 않고 국민적 비판을 모면하려 하면서 뒷구멍으로는 자당의 이익 극대화를 꾀하는 후안무치한 권모술수”라며 “한국당은 당장 협상에 임해 정도(正道)를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한국당의 극우 정당화가 위험수위를 넘었다. 황교안 대표 체제 이후 한국당은 브레이크가 파열된 폭주 자동차처럼 극우 정치 외길로만 치닫는다”면서 “이런 극단의 배후는 황교안 대표다. 황교안식 극우 공안정치가 국회를 극단의 대결로 내몬다”고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향해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다만 실질적으로 한국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막을 방법이 없어 보인다. 창당을 준비 중인 대안신당 고상진 대변인은 “비례한국당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질타하면서도 “4+1 협의체에서 위성정당 창당을 저지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보겠지만, 현재로선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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