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증권가,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의 연속

2019 증권가,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의 연속

기사승인 2019-12-27 06:15:00

제야의 종을 울릴 시기가 왔다. 야심한 시각, 보신각 종을 서른 세 번 내려치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그 종이 나를 치는 양 자기성찰을 하게 된다. 올해 나에게 벌어진 사건사고에 대하여 번뜩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게 되는 시간. 

그리고 새해계획도 세워본다. 새해에는 지난해에 못 한 것을 해야지. 잘못한 일은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아야지 예를 들어 주가가 반 토막 날 종목에 적금을 깬 돈을 들이붓는 행위 등등.

오는 2020년 증권가에는 밝고 희망찬 소식만 가득하길 기원하며, 한해의 사건사고를 돌아본다. 송구영신(送舊迎新).

◆ 잊을 만 하면 어김없이 터지는 '횡령·선행매매'...증권가 도덕적 해이= 이제 곧 '지난해 초'가 될 2019년 1월. 연초부터 투자사기 사건이 터졌다. 신영증권에 근무하는 한 직원이 고객들에게 투자사기로 수십억원의 피해를 안겼다. 해당 직원은 투자 명목으로 고객과 지인 등 20여 명의 돈을 개인 계좌로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고객돈을 내 돈인양 여기는 횡령 사고는 연이어 벌어졌다. 비슷한 시기 DB금융투자 직원은 고객 계좌에서 빼낸 수억원을 사적으로 운용하기도 했다.

중국 기업에게 뒷돈을 받고 이른바 '깡통 어음'을 국내에 유통시켜 많은 투자자와 회사들에 피해를 안긴 사건의 혐의가 올해 드러나기도 했다. 이 일로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두 증권사의 실무자가 수뢰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또 지난 8월에는 유진투자증권에서 투자은행(IB) 본부 직원이 프로젝트 사업비 일부를 개인계좌로 빼돌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다만 유진투자증권은 금융감독원에 금융사고 발생 사실을 신속히 통보하고 검찰 고발하는 등 자체적 대처에 적극 나섰다. 

애널리스트가 선행매매를 통해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도 터졌다.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 연구원 A씨는 특정 종목에 대한 보고서 발간 전 미리 주식을 사두고 매매차익을 거둔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선행매매 혐의는 금융감독원의 조사 대상이 됐다. 

횡령과 선행매매 등 증권가 직원의 도덕적 해이는 올 한해 만의 일은 아니다.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차명거래 위반으로 적발된 증권사는 ▲KB증권 ▲신한금융투자 ▲KTB투자증권 ▲한양증권 ▲현대차증권 ▲상상인증권 ▲하나금융투자 ▲DB증권 ▲유진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부국증권 ▲KTB투자증권 ▲한국증권금융 ▲한화투자증권 등이다.

개인의 비리는 비단 회사 내부통제 시스템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증권사 내에 전반적으로 윤리의식에 대한 강조와 재발 방지 노력이 없으면 도덕적 해이로 인한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을 테다.

◆ 증권가도 '조국'으로 몸살...압수수색·국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한해의 핫이슈였다. 폭풍 같은 조국 사태는 증권가에도 휘몰아쳤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가족 의혹을 수사하며 한국투자증권을 수차례 압수수색했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투자한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서다. 

검찰은 조 장관 부부의 자산관리인 역할을 한 프라이빗뱅커(PB) 김모(36)씨가 정 교수의 동양대 연구실 PC 반출과 방배동 자택 PC 하드디스크 교체 등 증거인멸에 가담한 정황이 있다고 봤다. 

조국 사태는 비단 한투증권만 휩쓸고 가지 않았다. 일부 증권사들은 ‘조국 가족 펀드’의 투자를 받은 PNP컨소시엄에 투자를 검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긴장해야 했다. 

몇몇 증권사는 이같은 문제로 국감에 섰다.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미래에셋대우와 KTB투자증권을 상대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한 추궁이 이어졌다. 미래에셋대우 이종서 본부장과 KTB투자증권 김은수 상무가 증인으로 불려 나갔다. 국감에서 이들은 조 전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와 관련된 피앤피(PNP)플러스컨소시엄에 부당한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에 대해 날 선 질문을 받았다.

◆ 터진 데 또 터졌다...풍선 같은 증권사 전산, 책임감 부족 금감원= 올 한해, 증권사 전산은 바늘 밭에 던져진 풍선이었다. 거의 연례행사 급이 되어버린 전산사고,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KB증권에서 지난 1월과 2월에 2차례, 미래에셋대우에서 지난 5월 1차례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특히 투자자와 보상안 조율에 실패한 KB증권 전산장애 사건은 소송으로 번져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을 당시 KB증권의 모바일 트레이딩시스템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당시 북미 협상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타고 상승세를 이어가던 남북 경협 테마주가 일제히 하락세를 탔다. 그러나 KB증권의 모바일 거래시스템에 발생한 장애로 일부 고객이 매도하지 못해 피해를 입었다. 

지난 8월에도 유진투자증권에서 전산장애 문제가 생겼다. 장 시작시간인 9시경부터 3시간가량 접속 지연, 거래시스템 이용 불가 등의 문제가 불거져 고객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전산장애 빈발 문제의 원인은 증권사와 감독 당국의 '의지 부족'이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증권사 57곳의 전산운용비는 5419억원 수준으로, 전체 판관비의 6.5%에 그친다. 증권사별로 전산사고가 번갈아 터지지만, 전산운용비 증액은 지난 2016년 4801억원 지난 2017년 5110억원, 지난해 5419억원으로 미미한 증가폭을 보이고 있다. 

또 사고가 연이어 터짐에도 불구하고,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의 느슨한 관리감독과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로 꼽혔다.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거래사를 옮겨도 옮겨도 교대로 문제가 터지지만, 개선 의지가 없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디지털금융 혁신이 주요 화두가 된 시기. 새해에는 전산운용비 좀 늘려야 하지 않을까.

◆ 새해에는 바뀌어야 할 구습...직장갑질·성차별·채용비리= 올해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난 7월16일부터 시행됐다.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갑질과 폭력을 근절하기 위함이다. 해당 법이 시행된 이후 다양한 업계에서 노동자들의 문의와 진정이 이어지기도 했다. 

법 시행과 같은 달, 대신증권이 이 법 위반의 1호 사례가 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대신증권은 지난 7월 일부 직원을 분류해 명단을 공개하고 '역량 향상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대회'에 참석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노조는 프레젠테이션 대회 참여 대상자에 실적이 낮아 '저성과자'로 분류된 직원이 다수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해당 대회 참석자 명단에는 저성과자를 분류해 배정한 것이 아니며, 차츰 대상자를 확대할 계획이었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사태는 경영진과 노조 간 합의가 이뤄지며 가까스로 일단락됐다.

당시 사태에 대해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증권사 내에서 고강도 실적 압박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방식의 압박이 이뤄져서는 안 될 테다.

새해에 달라져야 할 구습은 또 있다. 증권사에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유리천장과 성차별 관행이다. 지난 상반기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의 여성 임원 비중은 3%대에 그친다. 대다수의 증권사 내에서는 여전히 IB 등 주요부서에 여성 실무 직원이 전혀 없거나 소수다. 채용 과정에서의 남성 지원자 선호와 여성 지원자 차별 문제도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다. 

이같은 분위기를 보여주듯 지난 상반기 중 DB금융투자는 사내 주요 부서 인력 채용을 진행하면서 지원 자격을 남성으로 한정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또 지난 7월에는 채용비리 문제에 연루된 IBK투자증권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1심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해당 관계자들은 여성 지원자의 실무 점수 등급을 고의적으로 낮춰 부당하게 불합격시킨 혐의 등을 받았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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