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 ‘주거침입’ 20% 증가…스토킹 형량은 노상방뇨·구걸 수준

데이트폭력 ‘주거침입’ 20% 증가…스토킹 형량은 노상방뇨·구걸 수준

기사승인 2019-12-31 07:00:00

주거침입 데이트 폭력 사건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예방·처벌하기 위한 법적 근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경찰대학교 치안정책연구소는 데이트폭력이 4년간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연구소가 발간한 ‘치안전망 2020’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9364건이었던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지난해 1만8671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지난 9월까지 1만5150건의 데이트폭력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4% 증가한 수치다.

특히 주거침입을 통한 폭행이 지난해와 비교해 20% 증가해 심각한 문제로 드러났다. 지난 9월 기준 올해 585명이 연인의 주거지에 침입한 혐의로 입건됐다.

주거침입은 피해자 보호가 어려운 데이트폭력 유형이다. 단순 폭행과 성폭행이 동반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가족과 지인까지 폭력 피해 범위가 확산될 위험도 크다. 그러나 연인의 원치 않는 접근을 예방·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은 미비한 상황이다. 경범죄 처벌법과 형법 제319조가 관련 범죄의 처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41호에 따르면 상대방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거나 따라다니는 것은 ‘지속적 괴롭힘’ 범죄로, 검거 시 10만원 이하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범칙금 10만원은 노상방뇨와 구걸행위 범칙금과 같은 수준이다. 처벌이 지나치게 가벼워 데이트 폭력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형법 제 319조의 경우 경범죄 처벌법보다 무거운 처벌을 명시하고 있다. 법률에 따르면 상대방의 거주지에 침입하고 퇴거 요청에 불응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데이트 폭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데이트 폭력의 일환으로 발생한 거주지 침입은 성폭행을 동반할 확률이 높고 장기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형법 제 319조 외에도 보조 조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데이트 폭력의 특수성을 고려한 법률을 마련하려는 시도도 지속적으로 이뤄졌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2016년부터 국회에는 이른바 ‘스토킹 처벌법’ ‘지속적 괴롭힘 처벌법’ 등이 6개 발의됐지만 모두 계류 중이다. 법무부가 제안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국회 및 관계부처 논의 단계에 머물고 있다. 스토킹 행위의 정의를 두고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조치에 대해서도 경찰권 확대 우려가 나오며 법무부와 경찰 간 이견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서는 스토킹을 처벌하는 법률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90년을 캘리포니아 주정부를 시작으로 각 주가 스토킹 방지법을 만들었다. 미국의 스토킹 방지법은 피해자의 연령과 피해 정도, 가해자의 무기 소지 여부 등에 따라 스토킹 행위에 대한 처벌 수준을 세부적으로 정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지난 2007년 형법 개정을 통해 스토킹 범죄 처벌법을 마련했다. 독일은 주거침입뿐 아니라 전화와 SNS등 간접 수단을 통한 접근도 피해자가 원치 않았다면 스토킹으로 간주한다. 피해자의 친구와 직장동료 등을 통해 접촉을 시도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일본, 영국, 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도 연인 간 원치 않는 접근을 범죄로 규정, 규제하고 있다.

이창훈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데이트 폭력을 예방하고 처벌하기 위해 법률을 개선해야 하지만, 특별법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제 3자인 수사 기관과 법원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떤 관계인지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트 폭력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폭력·괴롭힘 사건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조언했다.

한성주 인턴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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