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은 속칭 최소침습(최소상처) 로봇수술로 불린다. 단순 복강경 수술보다 시야가 10배 이상 폭넓어 수술을 한결 쉽고 빠르게 시행할 수 있고 360도 회전이 가능한 로봇팔을 자유로이 쓸 수 있어 수술 정확도 역시 뛰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술 부작용과 합병증까지 극소화할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다.
최소상처 로봇수술의 쓰임새는 실로 다양하다. 위암, 직장암, 대장질환, 갑상선암, 간담도 및 췌장 질환 등 일반외과 분야는 물론 구강암, 후두암, 인두암, 갑상선암 등 이비인후과 분야, 종격동 종양, 폐암, 식도암 등 흉부외과 분야 암 수술에 각각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가장 활기를 띠는 분야는 비뇨의학과와 산부인과 영역이다. 주변에 꼭 지켜야 할 혈관과 신경이 많아 초정밀 수술이 필요한 까닭이다.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난소낭종 등 여성성의 상징을 훼손하는 종양의 제거는 물론 자궁탈출증 치료에도 로봇수술이 유용하게 쓰인다.
비뇨의학과 영역에서도 대표적인 전립선암을 비롯하여 신장암, 방광암, 전립선비대증 등 요로계 악성, 양성 질환 수술에 있어 로봇수술이 활발하게 시행된다. 좁은 골반 속에서 상하좌우 360도 회전이 가능한 관절로 무장한 로봇팔은 오로지 직진만 가능한 복강경으론 접근이 어려운 부위의 종양을 제거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심장혈관병원과 혈액병원, 장기이식센터, 척추관절통증류마티스센터 등 모두 15개의 전문진료센터를 구축한 은평성모병원이 최소상처 미세수술과 로봇수술 전문가들로 중무장한 ‘미세침습수술센터’를 생명존중 첨단의료 실행의 전진기지로 삼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은평성모병원은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외과, 이비인후과, 흉부외과 영역의 다양한 복강경 수술에 다빈치 Xi 로봇팔을 지원해 수술 중 출혈과 상처는 물론 수술 후 흉터까지 최소화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만큼 로봇수술 환자들의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입원 기간 단축 효과가 커지고 있어서다.
현재 은평성모병원 미세침습수술센터 센터장은 전립선암, 전립선비대증 등 전립선질환 치료 전문 김현우(
사진·비뇨의학과) 교수다. 김 교수는 지난 2005년,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병원을 방문, 한 해 동안 비뇨의학과 영역의 최소상처 미세수술 및 로봇수술 기법을 집중 연구하고 돌아와 국내 임상에 활용해 왔다.
김교수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4년간 홍보이사를 역임하였고, 2010년부터 10년째 대한전립선학회 이사, 2013년부터 4년간 대한척수손상학회 총무이사와 감사로 각각 활동했다. 그간 대한전립선학회 보험이사도 지냈다.
김교수에게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요즘 ‘급성 요폐’ 증상으로 갑자기 소변을 못 보게 돼 응급수술을 받는 노인들이 많아졌다. 왜 그런가?
“주원인은 겨울철의 차가운 날씨와 전립선비대증, 고령자, 감기약이라고 할 수 있다. 급성 요폐란 한마디로 아무리 힘을 줘도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결국 방광을 가득 채운소변은 아랫배까지 풍선처럼 부풀려 극심한 고통을 수반하게 된다.
하나같이 “방광이 터질 것 같다”는 하소연을 하는 게 특징이다. 그러지 않아도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해 방광 출구가 압박을 받고 있는데, 추운 날씨 또는 감기약 복용으로 인해 방광 및 전립선 근육이 수축되면서 배뇨를 전혀 못하게 되는 현상이다.
급성 요폐 환자는 대부분 남성이다. 남성 환자 비율이 83.8%에 이른다. 원인 질환별로는 전립선비대증이 67.9%로 가장 많다. 이어 요도손상 및 협착(6.8%), 신경인성방광(5.1%), 전립선암(4.7%), 전립선염 및 수술(1.8%) 순서로 조사돼 있다.”
-급성 요폐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보다 먼저 소변을 억지로 참지 말아야 한다. 귀찮더라도 요의를 느끼면 바로 소변을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소변을 오랫동안 참다가 정작 소변을 보려고 하면 요도를 압박하고 있는 방광 근육이 잘 풀리지 않게 돼 요폐색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 노인일수록 더 심하다.
감기도 조심해야 한다. 감기약의 일부 성분이 방광의 출구 근육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콧물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과 기관지 확장제인 ‘에페드린’ 성분이 든 감기 약을 복용할 때 조심해야 한다. 60세 이상 고령자라면 감기약을 먹어야 할 때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지 여부를 의사 또는 약사에게 알려 근육을 수축시키는 성분이 없는 약을 처방(조제)받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급성 요폐가 생기면 요도를 통해 도뇨관을 방광 안에 넣어 인위적으로 소변을 배출시키는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대개 방광의 과도한 팽창에 의해 근육이 손상된 상태라서 1~2주 정도 도뇨관을 계속 삽입한 채 지내며 정상화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때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조기 회복에 도움이 된다. 약물은 크게 전립선 아래 요도를 열어주는 약과 방광근육의 수축에 도움을 주는 약, 두 종류가 있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선 전립선 비대증 등 전립선 질환을 물리쳐야 한다.”
- 전립선이 커지는 이유는?
“노화로 인한 일종의 퇴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전립선은 구조적으로 방광 바로 밑에서 요도를 감싸고 있는 약 20g 정도의 밤톨 모양의 생식기관이다. 정자에 영양분을 제공하여 자손 번식에 기여하는 필수 기관이긴 하지만, 일단 자손을 얻고 나면 쓸모 없는 기관으로 전락하게 된다. 출산 후에는 별다른 기능을 하지 않는 여성의 자궁과 같은 처지라고 할 수 있겠다.
남성의 경우 일반적으로 35세 이후부터 전립선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한다. 50세를 넘기면서 배뇨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전립선비대증으로 발전한다. 나이를 먹으며 발생률이 높아져 60대의 60%, 70대의 70%, 80대 이후엔 대부분의 남성에게 나타나게 된다.
전립선 비대증 환자들은 요도가 좁아진 탓에 소변을 볼 때 한 번에 시원하게 다 쏟아내지 못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찔끔거리며 배출하게 된다. 물론 소변 줄기도 가늘어진다. 이 때문에 밤에도 소변을 보기 위해 한두 번 이상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되는 불편을 겪기도 한다.
배뇨 시 소변 줄기가 약하거나(약뇨), 늦게 나오거나(요주저), 빈뇨, 야간뇨, 배뇨 후 잔뇨감 등으로 일상생활이 괴롭다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옳다.”
- 전립선 비대증은 어떻게 치료하나?
“비대해진 전립선 때문에 막힌 요로(오줌길)를 열어주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크게 약물 요법과 수술 요법이 있다. 대부분(약 80%)은 약물 치료만으로 해결이 된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부작용이 없고, 하루 한 번만 복용하는 약이 등장하는 등 좋은 약들이 많다. 다만, 전립선비대증을 약으로 다스리고자 할 때는 혈압 약 등과 같이 평생 계속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아두자.
수술은 지속적인 약물 복용으로도 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시행한다. 배뇨장애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데도 약을 계속 복용하는 것은 추후에 더 큰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수술 요법은 전기 열로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지져서 없애는 ‘전기소작술’에서 홀뮴 레이저로 전기소작을 대신하는 홀렙(HoLEP, 홀뮴레이저 전립선절제술) 치료로 진화했다. 수술 시 출혈이 없고 상처도 드러나지 않아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 기존 내시경 수술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내시경 수술은 요도를 통해 수술 기구를 삽입해 전립선 조직을 안쪽에서 도려내는 방식이다. 반면 홀렙 수술은 홀뮴 레이저를 칼처럼 사용해 정상 전립선과 비대해진 전립선 사이를 분리해 통째로 제거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80g 이상으로 커져서 개복 수술을 해야 했던 거대 전립선비대증도 홀렙 수술로 해결할 수 있게 됐을 정도로 각광받는 신의료기술이라 할 수 있다. 홀렙 치료는 수술 후 별다른 부작용도 없어 다음 날 바로 퇴원, 일상복귀가 빠르고 젊은 시절과 같은 소변 세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 전립선이 커지면 암이 생길 위험도 커지는가?
“그렇지 않다.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은 상관이 없다. 발생학적으로도 전립선비대증은 요도를 감싸고 있는 내측 이행대(移行帶) 부위에 생기는 반면, 전립선암은 대부분 전립선의 외측 말초대(末梢帶)에 발생하기 때문에 각각 원인이 다르다고 보는 게 맞다.
다만, 전립선비대증으로 비뇨기과를 찾았다가 우연히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를 받고 전립선암 발생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호발 연령이 노화 현상이 본격화되는 50대 이후란 사실 외에 두 질환은 상호 연관이 없다.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암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 최근 10년 새 전립선암 발생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 이유로 추정된다. 첫째, PSA라는 전립선특이항원이 밝혀지면서, 피검사만으로 암 발생을 의심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전립선암 조기 발견 및 진단율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최근 자기공명영상(MRI) 진단검사도 건강보험 적용대상으로 등재됨에 따라 전립선암 진단율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전립선에 암이 생겼을 경우 많은 경우에서 MRI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둘째, 식습관의 변화가 전립선암 발생을 부추기고 있다. 채식 위주의 전통 식습관이 아닌 육식이나 패스트푸드 중심의 서구형 식습관은 전립선암 발생을 촉진하는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우리가 예전처럼 된장과 김치를 먹던 시절에는 전립선암 발생 건수가 많지 않았다는 게 그 증거다.
마지막으로 평균 수명의 연장도 한 가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전립선암은 대장암과 같이 ‘아버지 암’으로 불릴 정도로 고령자에게 주로 발생하는 암이다. 최근 들어 전립선암 발생률이 남성 암 중 5위를 차지할 정도로 급상승한 것도 우리나라가 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덩달아 발생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더 이상 전립선암 안심국이 아니라는 게 확실해졌다.”
- 전립선암은 어떤 방법으로 제거하나?
“개복수술과 내시경(복강경)수술, 로봇수술이 있다. 2001년에 복강경 수술, 2005년에 로봇수술이 잇따라 국내에 도입되고 PSA 검사 보편화와 MRI 검사 확대로 조기 진단 기회가 많아지면서 개복수술 빈도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은평성모병원의 경우 현재는 전립선암절제술의 80~90% 이상을 로봇수술로 진행하고 있을 만큼 로봇수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어 복강경 수술, 개복 수술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로봇수술은 복강경 수술과 원리는 같으나 집도의의 위치가 다르다. 복강경 수술은 환자 곁에서 의사가 치료용 내시경을 직접 조작하는 반면, 로봇수술은 의사가 환자와 1~2미터쯤 떨어진 콘솔박스에서 전자오락기의 스틱을 다루듯 로봇팔을 원격 조정하는 방법으로 수술이 이뤄진다.
두 경우 모두 수술 흉터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고 회복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장점이다. 나아가 로봇수술은 360도 회전이 가능하고 필요에 따라 자유로이 굽힐 수 있는 로봇팔의 도움으로 전립선암과 같이 직선형 내시경이 접근하기 어려운 골반 깊숙이 위치한 암을 제거할 때 큰 도움이 된다. 그만큼 수술 정확도, 정밀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 전립선암에서 로봇수술의 활용 가치가 높다는 뜻인가?
“전립선은 배 가장 아랫부분에 골반 안쪽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암 절제 시 방광과 요도를 다시 연결해줘야 할 때는 90도 가까이 직각으로 이어야 한다. 따라서 사람이 손을 이용해 수술하게 되면 좁은 골반강 안쪽에서 문제의 암 조직만 정교하게 도려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360도 회전이 가능한 로봇팔을 이용하면 이 같은 난관을 쉽게 헤쳐 나갈 수 있다. 수술 부위도 10~15배 확대해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또 아주 작은 로봇 팔이 수술 부위로 들어가서 자유자재로 꺾이기 때문에 골반강 깊숙이 자리한 전립선암을 도려내는데 유리하다. 개복수술의 경우 잘 보이지 않아 다치기 쉬운 발기신경과 같은 가느다란 말초신경을 보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 장점뿐인가? 그래도 단점이 있을 텐데…
“단점은 건강보험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비용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다. 개복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가 지불하는 비용은 단 5%에 불과하다. 병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개복수술비는 800~1000만 원 정도 하는데, 환자 측은 이중 5%(약 100만 원) 가량만 부담하면 된다. 복강경수술비 부담금도 250만 원 내외다.
하지만 로봇수술은 1000만 원 정도의 수술비를 환자 측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공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서다. 이렇게 많게는 10배 정도 더 부담을 해야 하는데도 로봇수술이 인기를 끄는 것은 수술 후 발기부전 등 합병증과 부작용이 적다는 사실이 알려져서다. 또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순 없지만, 민간 사보험 영역에서 실손의료보험(사보험, 암보험)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것도 수술비부담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기수 기자 elgi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