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해, 악재와 호재 만난 증권업계 ‘표정관리’

2020년 새해, 악재와 호재 만난 증권업계 ‘표정관리’

기사승인 2020-01-03 05:00:00

올해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정책 기조가 규제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투자업계의 먹거리 창출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같은 IB(투자금융) 부문에서 위축이 예상되고, 펀드와 파생상품에 대한 심사도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증시가 회복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리테일을 중심으로 하는 업체는 호재를 맞이할 가능성도 커졌다. 

◆ ELF 파생상품 규제에 사모펀드 운용사 ‘비상’ =우선 수조원이 넘는 손실을 야기한 ‘DLF 사태(해외 금리형 파생결합펀드)로 인해 금융당국은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고위험 사모펀드 상품은 팔지 못하도록 규제했고, 대신 공모형 ELS(주가연계증권)를 담은 일부 신탁 판매 상품만 허용(40조원 이내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번 최종안에서는 대 손실 가능성이 원금의 20%를 초과하는 파생상품, 파생결합증권, 신탁·일임 등 파생형 펀드는 결국 판매하게 어렵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1분기까지 관련한 시행령과 규정 등을 개정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규제에 은행 뿐만 아니라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1월 사모펀드 전문 운용사들이 금융투자협회에서 'DLF(파생상품연계펀드) 규제'에 따른 시장 위축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실제 사모펀드 판매는 갈수록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된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24조100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6000억원(2.4%) 감소했다. 

◆ 라임사태 후폭풍 여파 업계에 ‘진행형’=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 연기 사태의 후폭풍은 일반 투자자뿐만 아니라 증권업계에도 타격을 입혔다. 

우선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과감한 투자(대출 방식)를 했으나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는 개인투자자 투자금 2436억원과 신한금융투자의 레버리지 자금 3500억원이 투자돼 총 6000억원 규모로 운용됐다. 이 가운데 40%인 2400억원이 미국 헤지펀드사 IIG(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 STFF펀드에 투자됐다.

문제는 IIG가 이른바 ‘폰지 사기’ 혐의로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운용 등록업 취소를 통보받았다. 폰지 사기는 뒤에 투자한 이들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이들의 이익을 챙겨주는 금융사기 수업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IIG의 헤지펀드에 투자한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도 약 24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불투명해진 상태다. 

게다가 이번 사태에 금융당국도 조사를 착수하고 있어 ‘산 넘어 산’이다. 금융감독원은 신한금투 PBS(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 담당자들이 라임운용 담당자와 공모해 무역금융펀드 기준가에 손대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공모·조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당사는 TRS(총수익스와프) 계약 당사자로서 계약을 진행했고, 라임자산운용의 운용 지시대로 수행을 했다”며 “관련된 부적절한 업무 지시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NH투자증권, KB증권도 라임 사태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NH투자증권은 라임자산운용 피해 업체 11곳 중 한 곳인 에스모머티리얼즈와 TRS(총수익스와프)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90억원대 손실이 발생했다. 결국 NH투자증권은 지난달 정기 인사에서 PBS 담당 본부장을 교체하는 카드를 꺼냈다.

KB증권 델타원솔루션본부 부서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리스크 부문 출신의 팀장이 새 부서장으로 임명됐다. KB증권은 이번 사태에서 손실을 입지 않았지만 라임운용과의 TRS 거래액이 가장 많은 증권사기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부서장 교체를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TRS 계약을 맺은 업계의 탐욕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담보를 통해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고, 그에 따른 수익을 크게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금융투자업계의 모럴헤저드가 야기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부동산PF 전방위적인 규제…IB의존 중형사들 ‘한숨’=지난달 금융당국의 갑작스런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규제 방안 발표에 금융투자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제는 부동산 개발 사업을 위한 자금조달 방안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제공하는 금융솔루션(자금조달)이 제한받을 경우 오히려 P2P(대부업)와 같은 고금리 대출로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IB업계 관계자도 “안전한 선순위 조달 보다는 리스크 있는 후순위로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규제에 부동산PF 의존도가 큰 증권사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부동산금융 부문 사업 의존도가 큰 중대형 증권사는 메리츠종금증권, KTB투자증권, 현대차증권, 교보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면 최근 증시 흐름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브로커리지와 리테일 사업 의존도가 큰 증권사는 호재를 볼 것으로 전망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코스피 지수가 2400p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메리츠종금증권과 유안타증권은 2500p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이경수 센터장은 “지난해 12월 수출 하락폭 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올해 2분기부터는 다시 수출이 증가율로 돌아설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따라 코스피 지수도 향후 20% 상승국면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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