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원인불명 폐렴에 홍콩 비상경보… 우리는 中정보만 믿고 대응?

中원인불명 폐렴에 홍콩 비상경보… 우리는 中정보만 믿고 대응?

질본, 상황 몰라 선제적 대처 난색

기사승인 2020-01-04 00:01:00

최근 중국 후베이 성 우한 시의 화난 수산시장에서 발생한 신종 바이러스로 폐렴 증상 환자 집단발생 이후 세계보건기구(WHO) 및 인접 도시인 홍콩에서는 검역 강화 등 긴장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 질본관리본부도 대책반 구성 및 검역 강화 등 나름의 대책을 내놨지만, 중국 정보에 의존하다보니 소극적 대처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WHO,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 및 중국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우한 시 보건당국은 현지인 27명이 감염돼 병원에서 치료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 중 7명은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후베이 성 우한 시 위생건강위원회와 WHO는 우한 시 발견된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이 질환을 일으킨 바이러스에 대해 분석 중”이라면서도 “폐렴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 등 여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규명 중임을 강조했다. 

특히 홍콩의 긴장도는 상당하다. 우한 시에서 고속열차로 4시간가량 떨어진 거리에 있는 홍콩은 감염병 경보를 유지하고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소피아 챈 홍콩 식품보건장관은 “우한시의 상황은 비정상적(unusual)”이라며 “우린 아직 신종 바이러스 창궐의 명확한 원인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다”고 밝혀 홍콩내 감염병 경보를 유지할 것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우한 시를 방문했던 홍콩인 3명이 폐렴 증상을 보여 홍콩 당국을 긴장시켰다. 현재 2명은 증세 호전으로 퇴원했고, 1명도 더는 고열 증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홍콩 보건당국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처럼 홍콩이 경계를 늦추지 않는 이유는 과거 사스의 뼈아픈 기억 때문이다. 참고로 2002~2003년 중국 광둥 성에서 창궐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은 홍콩, 싱가포르 등을 거쳐 전 세계로 확산됐다. 중국에서만 5300명이 감염돼 이 중 349명이 사망했고, 홍콩에서는 1750명이 감염, 299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 세계적으로 775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WHO는 해당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해 중국 지역 언론인 청두이코노믹데일리는 화난 수산시장에서 토끼, 꿩, 뱀 등 야생동물이 판매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스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바이러스가 전염된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다만, 홍콩의 저명한 미생물학자인 유엔 곽 융 홍콩대 교수는 “비록 우한 시의 사례가 1997년 홍콩독감과 사스와 유사하지만, 대중이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당부했다.  

◇ “中, 거짓말은 안할테니...” 

이렇듯 우려가 커지자 질본은 3일 긴급상황센터내 ‘우한 시 원인불명 폐렴 대책반’을 구성하고, 24시간 가동하기로 했다. 또 1주일에 8편 직항 운행 중인 우한 시 발 항공편의 국내 입국자를 대상으로 ‘게이트검역’을 실시, 발열 여부를 확인한다는 대책도 내놨다. 다만, 검역에서 걸러내지 못한 체류자를 대상으로 질본 콜센터로 신고할 것을 요청했다. 

감염병 확산 방지의 핵심은 ‘정보 확보’와 ‘선제적 대처’다. 현재 질본은 이번 신종 바이러스와 감염병의 정체에 대한 정보 일체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질본은 향후 상황에 따라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중국 정부가 얼마만큼 정보를 교류할지 여부에 달려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 의존 및 부족 현상은 선제적 대처를 어렵게 만든다. 

질본 위기대응생물테러총괄과 관계자는 “중국과 접촉을 하고 있지만 언론에 공개된 내용 외에는 알지 못한다”면서 “중국 당국이 거짓말을 하진 않는다는 전제하에 그들의 말을 믿고 그 수준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역을 강화하려면) ‘검역 오염지역’이란 지역 설정이 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최소한 질병명 등이 붙어야 한다”며 “현 단계에서는 주의 안내 당부 정도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7명 이외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지 여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엇을 알아야 선제적 조치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작금의 상황은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보건부 장관회의에서 합의된 감염병 협조체계의 실효성을 의심케 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기자에게 “감염병 발생 시 실무자선에서 핫라인 개통을 포함해 장관끼리 주고받을 핫라인도 열렸다”고 말했었다. 특히 중국 감염병 관련, 박 장관은 마 샤오웨이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주임과의 합의에 대해 “위중한 감염병 발생 시 어떻게 행동하고 지방단위까지 어떻게 행동에 옮길지 도상훈련을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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