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지난지 일주일이 되었지만, 영남대의료원(이하 의료원)에서의 고공농성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의료원 옥상에서는 박문진 지도위원의 200일 가깝게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해고자 복직 및 노조활동 정상화를 요구한 농성은 여름을 지나 한겨울을 지나고 있지만, 사태 해결은 요원한 상황.
보건의료노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영남대의료원노조 정상화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 등은 오는 15일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대구지역 시민사회와 함께 총력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영남대의료원 사측은 사적 조정을 시작할 때부터 조정위원 선정을 핑계로 두 달 넘게 시간을 끌었다”며 “해를 넘기지 않겠다는 이유에서 조정안을 수용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의료원 측은 조정안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 본부장도 의료원의 조정안 거부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 본부장은 “그동안 병원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인내하면서 투쟁했지만 앞으로는 강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백현국 영남대의료원 노조 정상화 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역시 “병원은 보건복지부 상을 받았다고 현수막을 내걸고 있지만 정말 환자를 사랑하는 병원인지 의문”이라며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하는데, 해고 노동자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데 나 몰라라 하는 병원이 과연 인간을 사랑할 줄 아는 병원이냐”고 반문했다.
김진경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조정안을 받았을 때 박문진 지도위원이 현장이 돌아갈 수 없는 안이었기에 거부했다지만 노조를 살릴 수 있다면, 후배가 현장에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괜찮다고 한 노동자의 말을 새기면서 조정안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원은 자신들이 추천한 조정위원이 만든 조정안을 거부했으며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결의를 다졌다.
참고로 지난해 8월 영남대의료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적조정을 사회적 합의라고 생각하고 아주 전향적으로 보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라면 법 테두리를 벗어나더라도 전향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조정위원들이 제시한 조정안은 ▲박문진 해고자는 2019년 11월1일자로 특별 채용을 한 이후 명예퇴직 ▲송영숙 해고자는 1년 후에 노사가 근무지를 정해 복귀 ▲2006년부터 진행된 노조 탈퇴자에 대해 노동조합에서 탈퇴 가부 의사를 확인 후 사측에 통보 ▲2019년 임금 협상에서 생리휴가 무급화에 따른 유급 보상방안 논의 ▲합의 이후 노조는 추가 요구를 하지 않을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의료원 측은 세부 조정 논의에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지, 병원이 거부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의료원 관계자는 “조정안에 대해 의료원은 최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노조는 최종안을 의료원이 거부했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노조도 양보를 해서 해고자의 특별채용까지 조율이 됐고, 좀 더 세부 논의를 하고 있었다”라며 “특별채용 규정 변경을 위해 법인 이사회 통과 등의 절차에 시간이 걸림에도 노조가 미리 조정안을 오픈해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병원에서도 농성자(박문진 지도위원)의 건강을 염려해 빨리 내려오길 바라고 있다”면서 “(노조가 조정안을 미리) 다 공개를 해버려 조율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