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재판을 앞두고 영화 같은 일본 탈출극을 벌인 카를로스 곤 전 닛산(日産)자동차 회장이 일본 탈출은 자신과 가족을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검찰의 기소는 근거가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곤 전 회장은 8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출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11월 도쿄에서 체포된 이후 한순간도 자유를 맛본 적이 없다”며 “일본 검찰에 의해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잔인하게 떨어져 있어야 했다”고 일본 검찰을 비판했다.
곤 전 회장은 닛산과 르노의 싸움 과정에서 닛산과 일본 정부의 공모로 자신이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친구들 중 일부는 닛산에 대한 르노의 영향력을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이 나를 제거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을 제거하려는 음모에 일본 당국이 개입돼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와 관련된 일본 공무원들의 실명은 밝히지 않겠다고 전했다
일본의 사법제도에 대해서도 “변호사의 입회도 없이 하루 8시간 조사를 받았다. 유엔의 기준에도 어긋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검찰을 잘못된 정보를 미디어에 흘렸다”고도 했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11월 유가증권보고서 허위기재과 보수 축소 신고 등 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가 지난해 4월 보석금 10억엔(약 160억원) 풀려났다. 가택연금 상태였던 그는 지난달 29일 도쿄 자택에서 외출한 뒤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개인용 비행기로 터키 이스탄불로 도주했고, 이스탄불에서는 다른 개인용 비행기를 타고 레바논으로 이동했다.
일본 수사당국은 곤 전 회장이 큰 악기 상자에 숨어 일본을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은 곤 전 회장에 대한 수배를 레바논 정부에 요청했지만, 레바논이 그의 신병을 일본에 넘길지는 불투명하다.
김미정 기자 skyfa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