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서 신임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협회가 짊어진 과제가 많은 가운데 추진력이 부족한 인물이 협회장 자리에 앉았다는 평가다.
나재철 금투협회장은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지원 방안 및 투자환경 개선 등을 위해 금투협이 짊어진 과제들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규제 강화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나 회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단순히 반대하기보다는 국민경제와 투자자 보호 차원을 고려한 ‘부동산 금융의 건전한 발전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규제 취지에 공감한다"고도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날 나 회장의 발언에서는 협회장 선거 당선 전후로 내놨던 '적극적인 규제 완화 건의' 기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평이다. 이에 나 회장이 금융당국의 확고한 규제 의지 표명에 '눈치 보기'를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PF 관련 규제에 완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금융투자업권 CEO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은 위원장은 규제 강화에 대한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은 위원장은 "IB 신용공여 대상으로 규정된 중소기업 범위에서 SPC와 부동산 관련 법인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부동산에 몰린 자금이 혁신기업으로 가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같은 금융위 간담회 이후 나 회장의 발언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금투업계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역대급으로 힘없는 금투협이 될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나재철 대표는 뭔가를 적극적으로 건의할 성향의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공약을 지키지 않아 실망이 크다"며 "협회장 선거 때에는 당국의 과도한 규제를 막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는데 아직까지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규제 기조 속에 업계의 핵심 대변자인 금투협이 업계와 소통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부동산 PF 규제 시행 전 금투협은 금융당국과의 수차례 회의 과정을 통해 관련 내용을 미리 접하고도 금융투자업계에 전달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업계에 충격을 줄 고강도 규제안을 증권사들만 몰랐던 이유다.
이같은 소통 부재에 대해 금투협의 한 관계자는 "증권업계 목소리가 '거센' 편이라 당국 관련 회의에 부르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며 "규제안을 증권사들이 알게 되면 언론에 나갈 것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측에서는 "회장님의 이번 발언은 정부 입장에 무조건 수긍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며 "이제 막 업무를 시작하시는 단계가 아니냐"고 말했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