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규제·라임사태 악재’ 리테일 강자 증권사 ‘반사이익’

‘PF규제·라임사태 악재’ 리테일 강자 증권사 ‘반사이익’

기사승인 2020-01-10 06:34:00

정부의 부동산금융 규제와 라임자산운용 사태까지 겹치면서 증권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IB(투자금융) 사업 부문에서 비중이 큰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먹거리 창출에 ‘제동’이 걸려서다. 또한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했다가 환매 중단 위기를 맞으며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이는 결국 업계 전반의 사업 추진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고 금융권 전반의 신뢰도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반면 IB사업 부문에 의존도가 덜한 일부 증권사들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자산관리(WM) 명가’ 삼성증권과 ‘브로커리지 점유율 1위’ 키움증권이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 새해 맞이한 금융투자업계, 각종 악재로 ‘한숨’

연초부터 금융투자업계는 각종 악재가 맞물리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PF사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 예고, 라임 환매 정지 사태와 같은 ‘핵폭탄급 이슈’까지 겹쳐서다. 부동산 PF 사업은 몇해 전부터 정통적인 IB업무를 넘어 증권업계에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한 사업이다. 리스크는 크지만 그만큼 (수수료) 수익이 높은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난달 “100조 원대에 이르는 부동산PF 익스포저를 관리하기 위해 내년 2분기부터 증권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에 채무보증 취급 한도가 도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이달 7일 열린 ‘금융투자업권 CEO 간담회’에서 투자은행(IB) 신용공여 대상인 중소기업 범위에서 특수목적회사(SPC)와 부동산 관련 법인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은 위원장은 “증권사의 경우 SPC에 5조원 이상이 대출됐고 이 중 약 40%가 부동산 분야에 제공되고 있다”며 “혁신기업 발굴과 자본시장 발전을 선도해나가야 할 IB 영업이 벤처·중소기업이 아닌 부동산에 집중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이성재 애널리스트는 “최근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에는 부동산 PF 부문의 영향이 컸음을 감안하면 수익감소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며 “증권사와 여전사의 신용집중위험 축소와 재무구조 안정화를 통해 신용도는 개선되겠으나 수익성과 성장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부동산PF가 리스크가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주식이나 채권보다 안정적인 면도 있다”며 “.PF는 시공사의 책임준공이라는 확실한 담보가 있기에 리스크가 분산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원금 손실 사태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지 사태까지 터지면서 증권업계의 속앓이는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그 파급력은 DLF 사태 보다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 서영수 수석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동양증권 CP 사태, KB증권의 호주부동산 펀드 사태, DLF 사태 등과는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당국은 환매를 중단하거나 가능성이 있는 펀드는 총 1조5600억원(개인 917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환매 중지된 펀드의 손실률이 최대 70%대로 손실 규모는 1조원을 넘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DLF 사태에 이어 라임사태까지 연이어 터짐에 따라 국내 PB 시장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리테일 강자 삼성·키움증권 ‘반사이익’ 가능성

반면 업계에서는 최근 불거진 각종 리스크에서 비껴가 있는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 한해 금투업계에서 발생한 해외 부동산 PF, DLF, 무역금융펀드 등 크고 작은 사고에서 삼성증권은 모두 비켜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삼성증권에 대해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덜 받는 증권사라고 평가하고 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크게 흔들리는 시장상황에도 불구하고 삼성증권이 브로커리지·자산관리·ELS 운용손익까지 기대이상으로 낮은 이익 변동성을 유지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이달 6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증권은 부동산PF 조치 발표의 영향을 적게 받을 것”이라면서 “부동산PF 시장에 진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익스포져가 크지 않은 가운데 발행어음 인가를 받기 전이라 그로 인한 타격도 제한적이어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부동산PF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선 당장의 NCR 비율이 견고해야 하는데, 삼성증권은 가장 종합적으로 우량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 말 삼성증권의 전체 채무보증(부동산 포함)이 자본의 48%에 불과해 부동산 PF 채무보증 확대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도 “지난해 삼성증권은 WM-IB 균형 성장을 통해 성장모멘텀을 확대하고, 리테일과 본사영업부문(IB/운용)의 순영업수익 비중을 50대 50으로 달성하며 균형성장을 달성한 바 있다”며 “안정적인 수익구조로 체질을 개선한 만큼 올해에는 리테일과 본사영업 간 안정화를 기반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증시 흐름이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면서 위탁매매 및 리테일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키움증권도 상대적인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임희연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올해 추정 영업이익은 4481억원, 지배주주 순이익은 3351억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증권업종 전반적으로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익 감소의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키움증권은 부동산 PF 규제 강화에 따른 NCR(순자본비율) 부담 확대, DLS 사태와 같은 리스크 논란에서 자유롭고, 차별화된 브로커리지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다”며 “주식 시장의 추세적인 반등 흐름이 지속되는 동안 관심주로 접근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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