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경제] 제2의 라임사태 원인?...증권사 자금 회수 경쟁 ‘펀드런’

[알기쉬운 경제] 제2의 라임사태 원인?...증권사 자금 회수 경쟁 ‘펀드런’

기사승인 2020-01-31 05:25:00

최근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에서 1100억원대 환매 중단이 발생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사모펀드 문제가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시장과 투자자들의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알펜루트 측은 이번 환매 연기 사태의 원인을 증권사들의 갑작스러운 자금 회수 요청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펀드런'을 촉발시켰다는 건데요. 여기서 펀드런이란 수익률 하락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일시에 펀드 환매를 요청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은행의 예금 지급불능 사태를 우려한 가입자들이 은행으로 달려가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Bank Run)에서 유래됐죠. 

국내 일부 증권사들은 사모펀드 운용사 19곳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펀드 자산을 담보로 약 2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대출해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TRS 거래 방식을 통해 증권사는 수수료를 받고, 펀드의 수익과 손실은 운용사가 안게 됩니다. 운용사는 대출금을 통해 펀드 자금 유동성을 확보해 수익률을 내왔습니다. 알펜루트 측도 이같은 방식으로 운용해왔죠.

그런데 지난해 발생한 라임 사태 등 사모펀드 시장이 불안해지자 자금을 내줬던 증권사들은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선제적으로 자금을 회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겁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대출 자금 회수계획을 통보하고, 유동성 위기에 빠진 알펜루트 측은 환매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증권사들이 연쇄적으로 TRS 대출금 회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제 2, 제 3의 유동성 위기 사태가 계속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습니다.

시장 불안이 심각해지자 금융당국이 나섰습니다. 금감원은 사모펀드 운용사에 TRS 방식으로 자금을 댄 6개 증권사와 긴급 회의를 열고 자금 회수 자제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증권사들이 앞을 다퉈 자금 회수에 나서고, 이로 인해 펀드런 사태가 확산될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을 우려한 겁니다. TRS 계약을 통해 증권사들의 대출금 회수 권리가 일반 투자자보다 우위에 있기에, 자금 유동성 위기가 확대되면 개인 투자자들은 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알펜루트자산운용의 펀드 판매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9394억원으로, 개인투자자 판매 잔액이 4766억원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증권사들이 금융당국의 당부에 따라 알펜루트 외 운용사에서는 대출금을 회수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한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알펜루트자산운용에 대해 자산 건전성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환매중단의 배경에 TRS 자금 회수 외에 다른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는 입장입니다. 펀드의 자산 부실 등이 없는지 알아보겠다는 거죠. 이 결과에 따라 잠시 잠잠해진 펀드런 사태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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