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업계와 증권업계에서는 시장 불확실성에 따라 최고 경영자들도 재무역량이나 영업력이 우선시되는 부서 출신들이 CEO(최고경영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추세다.
건설업계에서는 지난 몇 년 간 정부 규제 강화와 해외건설 위축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재무 역량을 갖춘 CFO(최고재무책임자)가 CEO를 맡는 경우가 많다. 증권업계의 경우 증시에 의존적인 브로커리지 사업 보다는 IB(투자금융) 부문이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IB스페셜리트가 수장으로 활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 건설업계, 현장 출신→재무전문가 출신 CEO로 무게중심 이동
건설업계는 최근 주택이나 토목·건축·해외현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출신 보다는 재무부문에서 전문성을 가진 CEO들을 등용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CFO 출신 경영자는 GS건설의 임병용 대표이사 사장이다. 임병용 사장은 지난 2013년 GS그룹 오너 일가였던 허명수 전 사장이 사임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GS건설의 수장 역할을 맡고 있다.
임 사장은 CFO( 재무담당최고책임자) 출신이란 이력답게 적자 경영으로 고전했던 GS건설을 되살린 ‘구원투수’로 평가받는다.
임병용 사장은 2013년 6월 취임 이후 일 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섰다. 2014년 GS건설은 510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2013년 9350억원의 적자로 위기 상황에 직면했던 회사가 기사회생한 것이다. 또한 매년 적자를 기록했던 당기순손실도 2018년 이후 흑자전환에 성공시켰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지난해 말부터 그룹내 대표 재무 전문가인 김대철 대표를 회사의 수장으로 임명했다. 김 대표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대자동차 국제금융부장을 맡은 이력이 있다. 그는 부동산리서치업체 부동산114를 인수하고, 아시아나 항공 인수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실적도 양호하다는 평가다. 김 대표가 수장으로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말 441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3179억원) 대비 큰 폭으로 실적이 증가했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1~2위를 다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CFO출신이 경영을 맡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대표이사인 이영호 사장은 삼성SDI 경영관리 및 감사담당, 삼성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 그리고 삼성물산 CFO와 건설부문 경영지원실장 등을 두루 지낸 재무 전문가다. 그가 취임했던 첫해인 2018년 삼성물산은 영업이익 1조원(1조1039억원)의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바 있다.
현대건설의 수장 박동욱 대표이사도 ‘재무통’으로 불리는 CEO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11년부터 현대건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왔다. 다만 실적만 놓고 본다면 현장 출신(건축사업본부장)이었던 정수현 전 사장의 성과에는 못미친다는 평가다. 정수현 전 사장이 대표이사로 재직 당시 현대건설은 2015~2016년 연속 1조원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이밖에 현재 최고경영자 외 임원 인사에도 CFO 출신들이 대거 등용되고 있는 추세다. 한화건설은 CFO를 맡았던 유영인 재무실장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호반그룹도 우리은행장 출신인 금융맨 최승남 부회장을 그룹 총괄부회장에 임명했다.
◆ 증권업계, IB출신 대거 등용…실적도 꾸준히 상승세
증권업계의 경우 최근 수익의 무게중심이 IB(투자금융) 부문으로 쏠리면서 IB업무 전문가들을 최고 경영진으로 등용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IB업계의 상징적인 인물로 잘 알려진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다. 그는 지난 2000년 초부터 대우증권 IB 담당 임원을 거쳐 2005년 NH투자증권(구 우리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후 14년 간 IB사업부 대표를 맡아 온 IB부문 스페셜리스트로 불린다. 그는 업계 최초 ‘IB 출신 CEO’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기업금융 부문에서 괄목한 성적을 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지난해(3분기 누적 기준) 3599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NH투자증권의 이 같은 성과는 단연 IB부문에서 뚜렷한 증가세를 보여서다. 올해 3분기 NH투자증권의 IB부문 영억이익(누적 기준)은 약 2099억원으로 전년 동기(1377억원) 대비 52.43%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정일문 대표이사도 IB부문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는 최고경영자다. 그가 한국투자증권의 수장으로 임명된 이후 이 회사는 지난 2년 간 사상 최고 실적을 연이어 달성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3분기 누적) 533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전년동기 대비 29.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IB부문 수수료수익은 2187억원을 달성하며 전년동기(1412억원) 대비 54.9% 늘어났다.
KB증권의 투톱으로 불리는 김성현 대표도 IB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수장을 맡은 KB증권은 지난해 2418억원의 순이익(3분기 누적)을 내 전년동기 대비 10%가 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김 대표이사가 전문으로 맡고 있는 IB부문은 127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박정림 대표가 전문 분야로 있는 자산관리 부문(자산관리·위탁매매) 부문 순이익은 약 177억원으로 전년동기(1406억원)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증권사들의 IB부문의 비중이 커지면서 해당 부서의 영업맨들의 연봉도 대표이사에 육박할 만큼 치솟고 있다. 대형사 중에서는 미래에셋대우, KB증권 등이 10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 중형사 중에서는 대신증권, 교보증권, DB금융투자 KTB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IB전문가들이 10억원(2018년 말 기준)이 넘는 연봉을 수령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