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한 뒤 능동감시 중이었던 32세 남성이 30일 국내에서 5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5번 환자와 접촉자의 실명과 거주지, 동선 등 개인정보를 담은 내부 보고서가 외부에 유출돼 논란이다.
31일 오전 직장인 전용 익명 커뮤니티에 ‘중랑구, 00대학 근처 사는 분들 필독’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중랑구는 5번 환자가 격리된 서울의료원이 위치한 곳이다. 작성자는 본문에 ‘신종 코로나 확진자 접촉자 관련 보고’ 제목의 서울시 A구 보건소 건강관리과에서 작성한 1장짜리 내부 문서 사진을 첨부했다.
‘관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접촉자가 있어 관련 내용을 보고함’이라고 적힌 문서에는 5번 환자와 접촉자 B씨 두 사람의 이름과 나이, 거주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름은 가운데 글자만 가리고 거주지를 동 단위까지 적시했다. ‘지난 25일 5번 환자와 A구 소재 영화관에서 남산의 부장들 영화 봄’ ‘자택에서 5번 환자와 저녁 식사’ 등 B씨 동선이 명시됐다.
공문 사진은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올라왔다가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톡 등 SNS상에서도 A구 소재 영화관이 예매가 불가능하다는 소식과 함께 환자와 접촉자 동선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자녀를 등교시키지 않겠다며 불안에 떠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학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민감한 개인정보를 담은 내부 보고서가 외부에 유출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자와 접촉자에 대한 ‘신상 털기’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동향보고서의 외부 유출 사건이 반복되며 공무원들의 보안 의식 부재가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지난 28일에는 경기 의정부에서 신종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은 중국 국적 남자 어린이에 대한 소방서 동향보고서가 온라인상에 퍼져 물의를 빚었다.
A구 건강관리과 관계자는 “건강관리과에서 작성돼 유출된 문서가 맞다”면서 “어떤 경위로 유출됐는지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5번 환자는 업무차 우한시를 방문했다가 지난 24일 귀국했다. 5번 환자는 평소에도 천식으로 인해 간헐적 기침을 했고 발열은 없어 능동감시자로 분류됐다. 이후 실시한 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