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떠밀려 ‘후베이성 입국 금지’ 했지만…뒷북∙실효성 논란

등 떠밀려 ‘후베이성 입국 금지’ 했지만…뒷북∙실효성 논란

기사승인 2020-02-03 16:24:39

정부가 여론에 등 떠밀리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우한시가 위치한 중국 후베이성 방문·체류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일 “4일 0시부터 당분간 중국 후베이성을 최근 14일 이내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 있는 모든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제주도 무사증 입국제도를 일시 중단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그간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 듯 중국인 입국 금지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문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와대 국민 청원은 열흘만에 서명 인원 60만명을 돌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선제적 예방조치는 빠를수록 좋고, 과하다 싶을 만큼 강력해야 한다”고 발언했지만 ‘말잔치’에 그친 게 아니냐는 여론이 빗발쳤다.

일본, 싱가포르, 미국, 태국 등 다른 국가들이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한 점도 정부를 압박했다. 미국 정부는 2일(현지시간)부터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 입국을 잠정 금지했다. 호주와 일본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중국에서 자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금지했다. 싱가포르, 베트남 등은 최근 2주간 중국을 여행한 외국인 여행객 입국을 금지했다.

뒤늦게 정부가 입국 금지 조치를 취했으나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후베이성은 중국 정부의 '자체 봉쇄' 조치로 중국인·외국인의 출국이 어렵다. 지난달 30일 우한시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와 춘제(중국의 설) 때문에 500만명이 우한을 떠난 상태다. 

입국 금지 대상 지역을 후베이성으로만 한정 지은 것도 논란이다. 현재 후베이성을 제외하고도 3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성(省)이 저장성 등 7개에 달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저장성, 광둥성은 각각 확진자 724명, 683명으로 집계됐다. 허난성 566명, 후난성 463명, 안후이성 340명, 충칭시 300명에 달한다.

대한의사협회는 3일 담화문을 내고 “후베이성은 중국 당국이 이미 봉쇄해 입국 제한 실효성이 없다”면서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입국금지를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국 과정에서 후베이 체류·출신 외국인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맹점이다. 후베이성 지역에 머문 외국인들이 다른 도시나 국가를 거쳐 국내로 입국할 경우 자진 신고 외에 이들을 걸러낼 방법이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를 근거로 입국 금지를 보류한 점 역시 비판받는 지점이다. WHO는 이미 객관성을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 취임 후 600억 위안(10조)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WHO는 신종 코로나 환자가 1만명을 돌파한 지난달 31일에서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 기하급수적으로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와중에도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이 “중국 조치 덕분에 신종 코로나가 다른 나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됐다. 중국을 거듭 칭찬해야겠다”고 발언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9일 "WHO가 중국 눈치 보느라 바이러스를 정치적으로 계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정부는 후베이성 지역 입국 금지가 ‘단기적 대책’이며 추가 확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 브리핑을 열고 “아직 중국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 다녀와서 확진 환자가 생긴 사례가 없다”면서 “다만 춘절 이후 중국 내 환자 증가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단계적으로 위험도를 평가하고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국내 확진자 숫자는 전날과 동일한 15명이다. 414명은 음성으로 격리 해제됐고 61명은 검사가 진행 중이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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