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검진 확대에도 확진자 증가 더딘 이유는?

신종코로나 검진 확대에도 확진자 증가 더딘 이유는?

민간 검사 시작 지연·무증상 감염 가능성...의료계 "지역사회 확산 우려 여전...상황 주시해야"

기사승인 2020-02-12 03:00:00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전국 보건소와 의료기관에 진단 키트가 배포된지 닷새를 넘긴 가운데 잠재환자가 폭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확진자 증가 폭은 크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을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11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신종코로나 진단 검사는 이날 9시 기준 총 3629건 시행됐으며, 검사결과 음성은 2736건, 865건은 검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횟수는 전날인 10일 같은 시간에 비해 852건가량 늘었다. 이날 확진자는 28번째 중국인 여성 환자 1명이 추가 보고됐다.

당초 신종코로나 확진검사가 가능한 사례정의 확대 및 진단키트 배포를 시작한 지난 7일 이후 잠재환자 증가가 우려됐었다. 또 새로 배포한 진단키트가 6시간 내 결과 확인이 가능해 확진자 결과가 빠르게 공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사례정의 확대 및 진단키트가 배포된 7일(24명) 이후 확진자 추가는 현재까지 4명(총 28명)에 그쳤다. 의료현장에서는 민간 검사 시작 시기가 지연된 경우가 적지않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준비 지연으로 일부 의료기관은 초기 접수건을 수탁검사기관 등에 2차로 전달한 경우도 있었다.

A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에서는 검사 준비 등으로 늦어져 월요일인 10일부터 자체 검사를 시작했다. 7일 병원에 의뢰된 검사들은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고 8일 이후에 병원으로 의뢰된 검사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오늘 중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병원에서도 "7일 당일에는 환자를 받지 못했다. 검사를 하려면 충분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원내 감염 우려가 없도록 음압공간이나 인력에 대한 준비로 시행 시작 시기는 늦어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확대된 사례정의 적용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5·26번째 확진자의 경우 지난 7일 선별진료소를 방문하고도 신종코로나 검사를 받지 못했다. 검사 당사자가 중국 후베이성을 다녀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확대 시행된 사례정의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검사를 할 수 있는 대상자였지만 실제 선별진료소에서는 누락된 것이다. 

확진검사에 있어 의료진의 판단이 엄중해지면서 선별진료 현장은 보다 분주한 상황이다. C병원 관계자는 "의사환자 숫자는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늘었고, 문의 전화는 훨씬 많은 수준이다. 선별진료소에서는 환자 한 케이스 당 1시간이 넘게 소요되기 때문에 검진 환자가 10명만 넘어도 현장은 정신이 없다"고 전했다.

의료계는 현재 환자 수 증가폭이 높지 않은 것을 두고  '지역사회 확산 우려가 줄었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발견한 확진자들은 대부분 사례정의에서 벗어나거나 예외적 환자들이다. 사례정의 항목 외에 의사재량에 따라 검사한 결과 확진을 받은 사례다. 때문에 당장 환자 수 증가폭이 크지 않은 것만으로는 지역사회 감염이 없다고 확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는 고충이 많다. 사례정의 항목 외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안전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진단키트를 통한 검사 결과 또한 검진 시설과 인력이 제대로 갖춰졌다는 전제가 되어야 믿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현행 기준인 14일보다 더 길 가능성에도 주목된다. 증상이 거의 없는 무증상 감염일 경우 감염 여부 파악과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이날 확인된 28번 환자의 경우 3번째 확자의 밀접접촉자로 3번 환자와 마지막으로 접촉한지 16일만에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자가격리 기간인 14일을 넘겨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또 최근 중국에서는 신종코로나 최장 잠복기가 24일까지 나타난 사례도 보고됐다. 

다만, 방역당국은 잠복기 14일 기준 변경여부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한 편의 논문으로 전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잠복기 14일을 변경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당장은 그 기준을 바꿀 계획이 없다”라며 “28번 환자의 경우 젊기 때문에 경미한 증상이 있었어도 주관적으로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잠복기 14일을 넘어서 양성으로 확인된 사례는 맞으나 (14일 후) 증상이 발생한 케이스라고 확정할 순 없다”라고 밝혔다.

감신 대한예방의학회장(경북대병원)도 "중국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에서 어떤 사례가 나왔다고 해서 모두 국내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방역당국이 감염병 확산 현황과 국내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그 기준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28번 확진자는 현재 별다른 증상이 없고 안정적인 상태로 알려진다. 28번 확진자가 입원한 명지병원은 "현재 입원치료 중인데 뚜렷한 증상이 없는 상황이다. 신종코로나 주요 증상인 기침이나 가래도 없고, CT에서도 폐렴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경과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빠르게 퇴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신종코로나 확진 검사는 지자체 보건소와 민간 의료기관 42개소(수탁검사기관 8곳, 의료기관 38곳)에서 시행 중이다. ▲중국 방문 이후 14일 이내 증상이 있는 사람 ▲확진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후 14일 이내 증상이 있는 사람 ▲의사 소견에 따라 감염증이 의심되는 사람 등이다. 이전과 달리 중국이 아니더라도 신종 코로나가 유행하는 국가를 다녀온 경우 의사 소견에 따라 검사를 할 수 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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