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주주가치 재고를 핵심으로 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강성부펀드로 잘 알려진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오너일가 중 한명인 조현아 전 부사장과 반도건설 3자연합을 통해 한진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행동주의 펀드 내세워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계도 있다는 평가다. KCGI와 동맹을 맺은 반도건설·조현아 전 부사장은 각자 이해관계가 다르고, 동맹구도가 지속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자산운용사들의 행동주의 펀드 역시 적극적인 주주 행동주의를 시행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가 한진그룹 일가 내부 상속 분쟁으로 인해 반사이익을 거두면서 3월 주주총회에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CGI는 지난달 31일 반도건설, 그리고 한진그룹 일가인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잡고 전문경영인 체제 개편안을 요구했다. 이들 3자 연합은 이달 13일 한진칼 지분 1.5%를 추가 매입했다.
KCGI의 적극적인 행동주의 전략으로 현재 한진칼의 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달 18일(종가기준) 한진칼의 주가는 4만9800원으로 3자 연합을 맺은 시점(1월 31일) 주가(4만원) 24.5% 상승했다.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행동주의 펀드도 최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한국밸류운용)은 지난달 31일 KISCO홀딩스와 넥센, 세방 등 3종목의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 뒤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KB자산운용도 골프존, 에스엠, 컴투스 등에 대해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이같은 배경에 대해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서 수탁자 책임이행 활동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며 “최근 투자한 종목에 주주서한 발송도 그 활동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계도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진칼 최대 지분을 쥔 KCGI 3자연합의 이해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와서다. IB업계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을 사내이사 직을 떨어뜨리기 위해 3자연합이 형성됐지만 이들의 이해관계와 지향점이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반도건설의 경우 지분 보유를 위해 막대한 현금성자산을 투입했기 때문에 주가 부양에 민감하다. 또한 단순 차익 목적이 아닌 안정된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라면 지분의 40%를 보유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현아 전 부사장의 입장 변화도 여전히 불안요소”라고 말했다. 실제 조현아 전 부사장은 KCGI가 구조조정을 요구해왔던 호텔사업에 애착이 크다고 알려졌다.
이에 KCGI 관계자는 “이번 연합은 과거의 경영지배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공동전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측은 지난해 2월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라고 요청했고, 한진 측은 최근에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현아 전 부사장도 이미 경영에 손을 뗀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의 행동주의 펀드도 기업의 개입에 제한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KB자산운용은 에스엠에 ▲라이크기획 계약과 관련한 투명한 정보 공개 및 합병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사유 등에 대해 소명과 개선을 요구했으나 사실상 거부당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회사를 적극적으로 압박할 수 없다”며 “만약 공모펀드가 투자목적을 경영참가로 변경할 경우 6개월 간 모든 매매가 멈춰버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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