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정부가 코로나19(우한폐렴)로 인한 민생경제의 위기상황을 아직 체감하지 못한 모습이다. 대립을 이어오던 여·야가 한 목소리로 민생경제 안정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촉구하고 나섰지만 정작 보건당국이 추경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1일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만나 “방역 대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여·야 정치권이 코로나19 사태에 관한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거듭 시사하고 있음에도 “추경은 아직 생각해본 바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이어 박 장관은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리지 않고 현재의 '경계'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하며 “아직 지역전파가 초기 단계고, 이 질환의 특성상 전파력은 빠르지만 위중도가 낮다”고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는 입장도 함께 전했다.
아울러 “막연한 불안감에 어린이집이나 학교를 폐쇄하는 경우가 있다”며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폐쇄하면 아이들이 집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동네에도 나가기 때문에 좀 더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폐쇄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막연한 두려움을 경계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총선을 대비해 지역활동이 많은 국회의원들이 바라보는 입장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심 원내대표는 박 장관과의 만남에서 “위기 경보 단계를 심각 단계로 올리는 게 낫지 않냐”는 의견을 전하며 “중국인이나 중국 경유 외국인들을 시급히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 정치행동 및 정책의견 그룹인 ‘더좋은미래’ 소속 국회의원들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즉각적인 ‘코로나 추경’을 편성해 민생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공동입장을 발표했다. 민생경제 일선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벼랑 끝에 몰려 신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이들은 “안 나가고 안 쓰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물경제가 삽시간에 얼어버렸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사는데 소비가 거의 이뤄지지 않으니 요식업, 소매분야 자영업, 소상공인들은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주는 경제적 타격은 그야말로 비상시국”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무급휴직과 구조조정에 돌입한 관광업계나 중국 수출·수입에 의존하는 산업의 위기감을 강한 목소리로 전하며, 법적지원을 넘어 긴급편성을 통한 직접지원까지도 고려해야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내 정책논의그룹인 ‘더불어미래구상’ 소속 국회의원 27명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의 조속한 추경논의 시작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2월 임시회의는 실질적으로 20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회의”라며 “20대 국회가 국민들에게 보여줬던 실망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지막까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줘선 안 된다”고 야당들의 동참을 거듭 요청했다.
나아가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도 어제까지만 해도 ‘코로나19를 빌미 삼아 또다시 혈세를 쏟아부을 생각은 당장 접어야 한다. 이제 미봉책은 통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오늘 ‘필요성 있는 추경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선회한 듯한 발언을 했다”며 “입장변화가 사실이라면 환영하고 감사한다”며 모든 교섭단체가 모여 추경편성을 논의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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