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맞춰 이념상 진보적 성향을 보여 온 시민사회단체들이 직접 정치의 서막을 열겠다고 나섰다. 비례민주당 창당에 대한 내·외적 요구도 강해지는 분위기다. 이에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진보진영의 원로인사들로 구성된 주권자전국회의와 한국YMCA 등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 정당창당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CBS노컷뉴스를 통해 밝혔다. 미래통합당의 꼼수에 맞서 민주진영의 인사들이 모인 정당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26일 창당준비위원회 구성을 완료하는 등 비례대표 정당창당을 위한 구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정당명도 ‘선거연합당(가칭)’으로 정했다. 형태는 중도·진보진영의 시민사회단체와 재야인사들을 모은 연합정당이 될 전망이다.
다만 이들이 만들 ‘선거연합당’은 정봉주 전 의원이나 손혜원 의원 등이 언급한 비례대표 정당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민주당과도 창당에 대한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도 여당발 비례정당 창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어 진보진영 비례대표 정당의 속속 등장할 것이란 관측들도 나온다. 이미 민주당 내부적으로도 비례위성정당의 창당을 위한 물밑검토를 마친 상태로 보인다.
정치권에 의하면 민주당은 확보가능 의석수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구체적인 창당 절차와 창당 시기까지 논의가 끝났다. 창당이 실행된다면 시기는 3월 초로 예상된다. 3월 초까지 창당을 완료한 후 형식을 갖춰 내달 중순경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한다면 같은 달 27일까지인 후보등록시한에 맞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남은 것은 당 지도부의 결단이다. 하지만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앞서 미래한국당 창당을 ‘꼼수’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한데다 비례민주당 창당요구가 있을 때마다 그 가능성을 단호하게 끊어왔기 때문이다.
비례정당을 만들어도 문제다. 현역의원들 누구를 얼마나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내부조율이 필요한데다 이미 경선절차까지 이뤄지고 있어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구나 현역물갈이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강한 상황에서 코로나19(우한폐렴)로 인해 선거운동이 제한돼 새얼굴과 정책을 알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이대로 선거를 치를 경우 비례대표 의석을 민주당은 최대 7석, 미래한국당은 25석 전후를 가져가 전체 확보의석 격차가 20석 안팎에서 더 줄어들 수도 있는데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인한 여론악화와 차기대선에서의 주도권 등을 감안할 때 격차를 벌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어 실리와 명분 사이에서의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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