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본·식약처, ‘의사 공무원’ 필요한데… 처우 낮고·신분 불안 ‘발목’

질본·식약처, ‘의사 공무원’ 필요한데… 처우 낮고·신분 불안 ‘발목’

의사 출신 역학조사관 '2명' 고작

기사승인 2020-02-28 04:00:00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의사 출신 전문임기제공무원 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임기제란, 전문지식이나 전문기술 등이 요구되는 업무를 담당하도록 일정 기간 동안 임기를 정해 일반직으로 임용하는 공무원을 말한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인력부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역학조사관 중 전문임기제 인력은 33명(정원 43명, 전문임기제 28명+민간경력채용 5명)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의사 면허증 소지 후 6년 이상 경력이 있는 ‘가급’ 역학조사관은 27일 기준 2명이 전부다.

역학조사는 환자발생→접촉자 확인→증상유무 확인→격리→모니터링→검사 등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감염병의 특성과 임상증상을 정확히 파악해야 신속 대응이 가능하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이 증상이 비특이적이고 전파력이 강한 신종감염병에서는 전문 인력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한 감염내과 전문가는 “역학조사관은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고, 책임감과 사명감도 필요하다”라며 “의사가 아닌 이들도 지원 가능하지만 감염병과 관련 배경을 가진 인재가 투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역학조사관은 지원 기준에 따라 가·나·다급으로 나뉘는데, 나급은 의학, 간호학, 수의학, 약학, 보건학 등과 관련된 학위가 석사 이상이면서 2년 이상 경력이 있으면 지원 가능하다. 다급은 관련 분야 학사학위를 취득한 후 2년 이상 경력이 있거나 석사학위가 있어야 한다. 현재 나급 인력은 24명, 다급은 2명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채용을 진행하고 있지만 의사 지원자는 거의 없다. 질본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고 있어 역학조사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은 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기관의 협조를 통해 대응인력을 충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마찬가지다. 식약처는 지난달 20일부터 3주 동안 신약·세포치료제 등 신기술 의료제품의 임상자료를 심사할 8명의 임상의사를 모집했다. 지원요건은 의사면허증 소지자로 2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의사이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근무일도 주 3~5일로 탄력 운영을 허용했지만, 최종 선발된 인원은 3명이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애초 4명이 지원했으나 1명이 취소했다”며 “현재 근무 가능 인력은 12명”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사출신의 심사위원 채용을 위해 의사 채용 전문사이트에 채용 공고를 올리고 있고, 방송 홍보도 하고 있다”며 “병원에도 채용공고문을 발송하고 있고, 의사 커뮤니티 전문사이트에 110만원을 내고 홍보하고 있지만 지원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의사인력이 충원되지 않자, 일각에서는 ‘일부러 의사를 채용하지 않는다’, ‘의사가 없어 제대로 된 안전성 심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불안정한 신분 및 처우 등이 개선되지 않는 한 지원율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요양기관 근무 의사인력의 평균 월수입은 1342만원으로, 연봉 1억6000만원이 넘는다. 반면, 역학조사관과 식약처 임상의사의 평균 연봉은 약 1억 원으로 이보다 낮다. 이번에 질본이 공고한 ‘가급’의 2020년 연봉 하한액은 6100만원 수준이었고, 나급과 다급도 하한액이 각각 5000만원, 4400만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또 역학조사관은 2년마다 계약기간을 연장, 최대 10년까지만 근무가 가능하다. 식약처 임상의사도 계약 연장을 되풀이해야 하는 신분이다. 관련해 지난해 식약처 쇄신을 요구하던 한 임상의사는 계약 종료시점 3개월 전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 받아 복직 후 ‘계약 만료’로 퇴사를 해야했다.

아울러 홍보 캠페인 개선도 요구된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환자관리팀 2팀장은 “의사 출신들이 역학조사관 채용에 많이 지원하지 않는 것은 생소하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한다”며 “역학조사관에 대해서 알리고, 접할 기회를 늘리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바쁜 의사들이 채용 사이트를 확인하며 올라오는 공고문을 확인할 순 없다. 식약처가 의지가 있으면 충분히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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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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