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정부가 5일 마스크 수급안정화 방안이라며 3번째 마스크 공급대책을 내놨다. 6일에는 청와대까지 나서 마스크가 건강한 사람들에겐 필수는 아니며 사회와 주변을 위한 배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5일과 6일 서울시나 공공기관이 소유한 공공건물은 물론 약국, 은행, 민간 학교건물에 이르기까지 수도권 곳곳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출입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의 출입통제조치가 이뤄지고 있었다.
실제 몇몇 시설은 마스크 없이 들어가려는 이들을 막아서는 곳도 있었다.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며 사정했지만 예외는 없었다. 출입을 차단하고 있는 한 공공건물 관계자는 “마스크는 필수”라며 “건물에 상주하는 사람들도 생각해야하지 않겠냐”고 막아선 길을 터주지 않았다.
일부는 마스크가 없어 출입을 할 수 없어 곤혹스러워하는 이들에게 ‘다음부터는 꼭 마스크 가지고 다니라’며 미리 확보한 일회용 마스크를 제공하고 출입을 허용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같은 조치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그들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 수도권 소재 대학에 다니는 A씨(24, 여)는 “코로나가 심해지며 얼마 전부터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도 마스크 안 쓰면 출입이 어렵다고 붙여놨다”며 “안 구한 게 아니라 못 구하는 건데 출입을 막으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시국이 시국이라 공공시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모두를 위한 것이란 이유에서 발길을 돌리면서도 협조를 잘해줘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공공기관이나 은행과 같은 필요시설을 이용할 때 마스크가 없다고 막아선다면 난감할 것이란 입장도 내비쳤다.
◇ 몰리는 인파에 사소한 말다툼부터 행정실수까지
상황이 이렇지만 마스크 공급문제는 좀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3번째 마스크 수급대책이 시행된 첫날 판매처 일대는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말다툼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다닥다닥 붙어 길게 늘어선 줄도 여전했다. 줄을 선 이들은 대부분 고령의 어른들이었다.
오후 1~2시경 마스크가 풀린 광진구 일대 약국들에선 11시부터 기다린 이들만이 마스크를 2장씩 사들고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러나 1시에 인접해 약국에 도착했다 늘어선 줄을 보고 발길을 돌리는 이들의 입에선 아쉬움의 한탄이 흘러나왔다.
30세 전후로 보이는 젊은 여성은 “어제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길래 점심시간에 잠깐 나와서 마스크를 구할 수 있을까 들렀는데 역시나 였다”면서 “몇 시간씩 줄을 설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모를까 직장인들에겐 언감생심”이라고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나마 이곳 약국의 사정은 나았다. 1㎞ 정도 떨어진 자양1동의 한 약국 안에서는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1시에 일괄판매를 하겠다고 해서 시간 맞춰 왔더니 사전예고도 없이 예약판매를 해 허탕을 치게 하냐고 화를 내는 구매자의 목소리와 달래다 지친 약사의 항변소리였다.
이 약사는 “1시 조금 전에 마스크가 50장 들어와 1시부터 판매한다고 알렸는데 순식간에 100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줄을 섰다”며 “꽃샘추위에 고령인 분들이 많은데 계속 기다리게 할 수도 없어 번호표를 교부했다.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예약판매는 행정실수로 이어지기도 했다. 마스크 배포시기가 불규칙해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서 예약표를 받았던 한 50대 여성은 공적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 판매직원이 예약하지 않고 줄을 서서 기다렸던 이들에게 마스크를 판매했다가 예약자에게 돌아가야 할 마스크가 바닥나 허탕을 치게 만들었다며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다.
◇ 마스크가 뭐 길래… 암막 뒤 사전예약 판매도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광진구 일대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종합병원 앞 약국이 몰려있는 지역은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로 보행이 불가능할 정도였고,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말다툼도 종종 목격됐다.
이들 약국 중 한 곳은 뒷거래하듯 아는 사람들에게만 실명과 전화번호를 적어두고 예약을 받아 판매를 하는 모습도 관측됐다. 마스크 물량을 확보하고도 품절이라며 고객을 돌려보낸 후 사전에 예약한 사람이 오면 담당자가 카운터 아래에서 마스크를 슬쩍 꺼내 남몰래 건네는 식이었다. 대금도 현금으로만 받았다.
그리고 이런 행태를 꼬집자 해당 약국 약사는 “오히려 실명을 적어두고 예약을 받으니 구매자 관리가 가능하고 긴 줄을 서며 발생할 수 있는 감염전파나 건강악화도 줄일 수 있다”고 당당해 했다. 아는 사람만 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수량이 한정돼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뒷거래현장을 목격한 30대 중반 임산부는 “마스크를 사러 약국에 들렀다 이상한 장면을 보고 따졌다. 그렇지만 약사는 오히려 떳떳해했다”고 했다. 그는 또 “일견 이해를 못할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임산부나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들, 고령자들에게 배포든 판매든 한 후 남는 걸 팔아야하지 않냐”면서 “새 대책이 시행돼도 사전예약이나 뒷거래는 계속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며칠째 마스크를 구하지 못했다는 60대 여성도 “마스크가 뭐라고 이 난리인지 모르겠다. 그냥 주민센터에서 나눠주든, 편지로 보내든 하면 될 껄 싸움만 낸다”면서 “첫날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좀 더 고민했어야 했다. 이러니 정부가 잘 하고도 욕먹는 것”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