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주택사업을 주력하는 하는 반도그룹·HDC현대산업개발이 항공업 투자에 나서며 자본시장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반도건설은 사모펀드 KCGI와 연합을 통해 대한항공 지분을 매입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면서 사업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이 같은 승부수는 낙관적 전망과 부정적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반도건설이 지분을 매입하면서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과 KCGI 3자연합 구조가 파기될 시에 가져올 여파는 무시하기 어렵다고 한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사업 부문을 확장할 수 있는 있으나 신용도 하락 가능성과 재무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 한진칼 경영권 분쟁, ‘지분 매입 딜레마’ 반도그룹 의중 ‘각약각색’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과열되면서 KCGI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반도그룹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연합은 조원태 회장을 사내이사 직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형성됐지만 각자 이해관계와 지향점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이 가운데 반도그룹의 행보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이미 반도그룹은 경영참여를 선언했기 때문에 10%룰에 따라 단기 차익 실현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룰이란 특정 기업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투자자가 투자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꿀 경우 6개월 안에 발생한 단기매매차익을 회사에 반환해야 하는 제도다.
또 다른 시각은 반도그룹이 최대주주로 등극한다는 시나리오다. 이는 유안타증권 최남곤 애널리스트의 보고서(2월 24일)를 통해 “반도그룹이 부채비율 100% 가정한다면 반도그룹은 1조원 수준의 자금을 어렵지 않게 동원할 수 있다”며 단일최대주주 등극 가능성도 내다봤다.
다만 현재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늘리면서 조회장의 우호 지분이 현재 43.15%까지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는 반도건설이 향후 KCGI가 엑시트(차익 후 매각)한 지분을 매입한다고 해도 녹록치 않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금조달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지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싼 주식을 매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델타항공이 연이은 주식 매입으로 인해 현재 반도건설은 좀 더 관망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분 경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만큼 과거 국내 적대적 M&A(인수합병)의 첫 사례였던 미도파 백화점 인수 당시 성원건설의 행보를 걸을 가능성도 있다. 성원건설은 애초 미도파백화점을 인수(적대적 M&A)하려는 신동방그룹의 백기사 역할을 했다가 경영권 확보가 어려워지자 곧바로 지분을 대농그룹(미도파백화점 최대주주)의 팔아버리며 시세차익을 남겼다. 혹은 반도그룹은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는 상황이기에 한진그룹과 관계 재정립에 나설 가능성도 존재한다.
◆ HDC현산, ‘아시아나항공’ 인수 논란…재패에어라인 혹은 금호그룹의 길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목전에 앞둔 HDC현대산업개발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되면서 항공산업에 전반적 타격은 불가피해서다. 현재 코로나19와 관련해 한국 방문자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이달 초(6일) 102국에서 현재 123국으로 늘었다. 또한 세계 각국의 입국제한 흐름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자금조달을 위해 풋옵션 조건까지 함께 적용한 것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28일 10년물 선순위 사모채(표면금리 연 3.7%, 1700억원 규모)를 발행했는데 신용등급이 낮아질 경우 투자자가 조기에 원금상환 청구를 할 수 있는 풋옵션이 적용됐다. 풋옵션 내용에는 현재 신용등급(A+)에서 세 단계 밑인 BBB+등급 이하로 하락할 경우 투자자가 조기에 원금상환 청구(풋옵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까지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수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하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코로나19문제로 기업결합신고 절차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었으나, 현재 정상적으로 추진중에 있으며 인수자금 조달 또한 당초 계획대로 진행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용평가사들은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완료된 이후 신용등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평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인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인수가 완료되면 신용등급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얘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재팬에어라인 회생 사례와 같은 긍정적 전망과 ‘승자의 저주’로 몰락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일례처럼 부정적 시선이 동시에 존재한다. 한때 5000억원 적자에 허덕이던 재팬에어라인은 비항공 전문가였던 IT전문가들에 의해 회생돼 2조원의 흑자기업으로 재탄생한 바 있다. 반면 금호그룹의 경우 자신 보다 규모가 큰 대우건설을 인수하려 했다가 풋옵션에 발목잡히면서 유동성 위기에 겪어야 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매각도 대우건설을 인수하려 했다가 불거진 후유증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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