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먼저 뜬 K팝…‘글로벌 진출’ 공식이 바뀐다

해외에서 먼저 뜬 K팝…‘글로벌 진출’ 공식이 바뀐다

기사승인 2020-03-18 18:37:18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그룹 NCT127의 정규 2집 ‘엔시티 #127 네오 존’(NCT #127 Neo Zone)이 17일(현지시간) 발표된 빌보드200에 5위로 진입했다. 지난해 6월 발표한 미니음반 ‘엔시티 # 127 위 아 슈퍼휴먼’(NCT #127 We Are Superhuman)으로 세운 11위보다 5단계 오른 기록이다. 이로써 빌보드200 10위 안에 들었던 K팝 가수는 네 팀으로 늘었다. 그룹 방탄소년단·슈퍼엠(1위), 몬스타엑스(5위) 등이다.

NCT127은 지난해 4월 미국 유명 음악레이블 캐피톨 뮤직 그룹과 프로모션 계약을 맺은 뒤 현지 유명 토크쇼와 대규모 공연 및 시상식에 참석하며 얼굴을 알렸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최대의 추수감사절 행사 ‘메이시스 퍼레이드’에 한국 가수로는 처음 참여했고, 최근엔 미국 최대 규모 로데오 축제인 ‘로데오 휴스턴’에서 단독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로데오 휴스턴’에서 열린 NCT 127의 단독 공연은 6만2000여명의 현지 팬들이 관람했다.

압도적인 사운드와 역동적인 퍼포먼스는 NCT127의 가장 큰 무기다. 이번 음반 타이틀곡 ‘영웅’은 이런 장점을 극대화한 곡이다. 강한 비트와 세련된 멜로디의 조화가 탁월하고, 이소룡(브루스 리)의 무술을 접목한 퍼포먼스는 단박에 시선을 잡아끈다. 뮤직비디오에선 멤버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영웅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그려진다. 미국 시애틀에서 활동하는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브루스 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등 마이너리티의 영웅”이라면서 “그것을 가장 핫한 그룹 중 하나인 NCT127이 K팝의 세계 안에서 힙합으로 시연했다는 점이 재밌는 포인트”라고 짚었다.

NCT127이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의 소구력을 강조했다면, 이들보다 3주 앞서 빌보드200 5위를 차지한 몬스타엑스는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 전곡이 영어 가사로 된 음반 ‘올 어바웃 러브’(All About Luv)를 지난달 14일 미국에서 발매했다. 국내 팬들이 호응한 ‘짐승돌’ 이미지를 내려놓고 달콤하고 감성적인 분위기의 노래를 내놓은 것도 특징이다. 그룹 샤이니(태민), 엑소(백현·카이), NCT127(태용·마크), 웨이브이(루카스·텐)의 멤버로 구성된 슈퍼엠(SuperM)은 기획단계부터 세계 시장 공략의 야심이 읽힌다. 여러 가수를 동시에 응원하는 해외 팬덤의 성향과 전통미디어에 해당하는 음반사와 협업을 바탕으로 빌보드200 정상을 이뤄냈다.

세계 무대 특히 미국이 K팝의 새로운 격전지가 되면서, 국내 음원차트 순위보다 아이튠즈 차트나 월드투어 규모가 더욱 중요한 지표가 됐다. 과거엔 ‘국내에서의 지지 기반이 단단해야 해외 시장도 안정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고 여겼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실제로 빌보드200에서 톱10에 들었던 K팝 가수 5팀 중 방탄소년단을 제외한 4팀은 지난해 국내 연간 음원차트에서 200위 밖으로 밀려났다.(가온차트 집계기준) 연간 음반 차트에서도 10위 안에 든 팀은 방탄소년단뿐이다. 하지만 뉴미디어와 월드투어를 통해 세계 팬들과 소통하고, 글로벌 에이전시와 협업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고 있다.

이런 성공 사례를 지켜본 신인 그룹들은 일찍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룹 스트레이키즈나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니더라도, 에이티즈·드림캐쳐·VAV처럼 공연을 통해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팀이 늘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국내 아이돌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 중소 기획사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K팝의 수요가 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게 더욱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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