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기선완의 우리, 괜찮을까요?] 역병 관리 다음은 자살예방이다

[정신과 의사 기선완의 우리, 괜찮을까요?] 역병 관리 다음은 자살예방이다

기사승인 2020-03-23 11:30:42

코로나19 확산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끝을 알 수 없게 판세를 전 세계로 넓히고 있는 코로나19가 우울증을 심화시키고, 결국 개인의 자살을 불러오는 사회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가 결국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인 노약자들과 경제적 취약계층의 삶을 더욱 옥죄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코로나19도 문제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폐해, 특히 자살 방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는 이유다. 최근 한국자살예방협회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기선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특별기고문을 싣는다. 기 교수는 23일, "코로나19 확산 방지 노력 못잖게 자살 문제 해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럻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머잖아 더 큰 자괴감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편집자주>

#역병 관리 다음은 자살예방이다.
#기선완// 한국자살예방협회 신임회장(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기선완 국제성모병원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가난한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선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이 필요합니다. 국가기간산업들인 도로, 통신, 항만과 교량 그리고 전기 공급 등의 기본 설비가 존재하지 않으면 물적 자본을 축적할 수가 없고 공장을 운영할 수도, 장사를 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과거 식민지에서 해방된 이후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사활을 걸고 사회간접자본의 확충과 더불어 물적 자본을 축적해왔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희생으로 마침내 외적 성장과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헬조선이란 자조적인 말이 나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압축성장이 낳은 그늘, 즉 물질 만능의 부정적인 결과도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변화의 시기가 도래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의 주변국가가 아닙니다. 지구촌에서 중요한 중심 국가들 가운데 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따라하기’를 벗어나 독자적이고 창조적인 국가발전 모형을 제시하고 국가 정체성도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기입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그 동안 노력해온 것일까요? 게다가 출산이 줄어 총인구는 감소하고 있고 노인 인구가 늘어갑니다.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와 통일 문제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물질적 자본의 축적보다 사람에 투자할 때입니다. 슬기롭게 국난을 극복하고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기 위해 무엇보다 건강하고 창조적이며 생산성이 높은 개인들의 민주적인 연대가 필요합니다.

물적 자본의 축적에 앞서 사회간접자본이 필요하듯 인적 자본이 축적되려면 사회적 자본부터 확충해야 합니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람들 사이의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제도와 규범, 관계, 신뢰 등 일체의 사회적 자산을 포괄하여 지칭하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 사회적 신뢰가 사회적 자본의 핵심입니다.

저는 사회적 자본의 미비로 인해 발생하는 최종 산물이 개인의 자살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살은 한 개인의 정신건강만의 문제일 수 없습니다. 자살을 부른 사회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입니다. 모두의 힘으로 같이 극복해야 하는 사회문제라는 말입니다.

자살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자살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그 배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알아내고 해결해 나가는 작업은 국가사회의 개혁과 발전을 이루는 과정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구조적으로 불합리한 사회적 문제들부터 혁파하고 개선해 나가야 개인의 자살 문제도 해결이 될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2008년 세계적인 경제위기 이후 치솟던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10만 명당 30명 이상까지 올랐다가 2012년 이후 최근 계속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자살이 국가사회적인 문제임을 인식하고 자살예방을 위해 여러 분야에서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2018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다시 오르고 OECD 국가들 가운데 1위가 되고 말았습니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현재 코로나19 감염 확산 문제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감염병의 문제가 실물경제의 위기로 발전하고, 이후 마침내 경제사회적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게 되면 우리나라 자살의 문제가 또 다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곧 눈앞에 닥칠 이 문제에 대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소중한 국민들을 자살로 잃고 큰 자괴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 당장 우리나라 자살예방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기수 기자
elgis@kukinews.com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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