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서유리 인턴 기자 = 러시아 정부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서방 국가를 지원하고 나서는 가운데, 이러한 행보가 서방 동맹의 균열과 자국의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2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1일(미국동부 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는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타격이 가장 컸던 베르가모시에 방역 인력 및 의료진, 의료장비 등을 지원했다.
러시아의 이런 행보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유럽연합(EU)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간 지원이 미흡한 상황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지난달 초 독일, 프랑스 등의 유럽 연합 국가들은 다른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의료장비 수출 등을 금지한 바 있다.
이후 한 달 사이 이들이 장비와 의료진 지원을 늘리며 상황은 나아졌지만, 이탈리아 국민들이 ‘위험을 외면당했다’라는 인식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WSJ는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긴급 지원은 서방 국가간의 균열을 부추기고 자국의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였다고 WSJ는 분석했다. 벤 호지스 전 유럽주둔미국육군(USAEUR) 사령관은 “서방국들이 서로서로 돕고 있지 않다는 인식이 만들어지도록 놔둔 건 우리 자신”이라면서 “러시아 크렘린궁과 중국 공산당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틈을 메울 기회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탈리아도 러시아의 의도적인 지원에 불쾌함을 표하기도 했다. 빈센조 캄포리니 전 이탈리아군 참모총장은 “러시아가 이 상황을 재빨리 기회로 활용했다”라면서 “이탈리아의 비극이 선전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불쾌하다”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외교적 마찰을 꾸준히 빚어왔던 미국에도 의료물품을 지원하고 나섰다.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는 안토노프-124 군용 수송기를 이용해 미국 내 코로나19 최대 확산지가 된 뉴욕에 의료 물품을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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