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존버’ 가능한 시장 형성 필요한 때

[기자수첩] ‘존버’ 가능한 시장 형성 필요한 때

기사승인 2020-04-10 05:00:00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국내외 증시는 변동성 높은 흐름을 보여줬다. 특히 타국 증시에 영향을 크게 받는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로 하락장으로 이어지는 우려가 있었지만 ‘변수’가 숨어있었다.

바로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행진으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이 흔들리지 않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개미투자자들의 매수 결집 현상은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하게 됐다. 이는 글로벌 경제가 리스크가 커질 경우 언제나 저가 매수의 기회였다는 그간의 경험이 ‘학습효과’로 발휘한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이번 개미들의 매수 ‘반란’은 기업의 투자 목적이라기 보다는 짧은 기간 내 ‘차익실현’에 가깝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주를 대거 사들이는 개미들도 있었지만 코로나19 관련 테마주에 투자하는 이들도 많았다. 실제 코로나19 관련 테마주(마스크·진단키드·치료제 개발)는 기업의 밸류에이션(주가 대비 기업가치)과 상관없이 주가가 급등과 급락이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방식의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장기투자하기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워렌 버핏도 한국에 있었다면 깡통을 찼을 것(손실로 인한 주식포기)’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속된 말로 ‘존버’(무조건 버틴다)라는 것이 통용되기 쉽지 않다. 물론 버티기와 장기투자는 의미가 다를 수 있지만 그만큼 시장 상황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실제 코스피 시장은 지난 10년 간 보합세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1700p선이었던 지수는 10년이 흐른 지금도 크게 오르지 않았다. 반면 뉴욕증시(미국 다우지수)는 10년 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특정 종목을 비교해도 미국과 한국 기업의 반등 폭은 크게 차이났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경우 10년 새 약 4700% 올랐다. 현재 넷플릭스 주가는 371.12달러(4월 8일 종가기준)로 10년 전(2010년 1월 8일, 7.61달러) 대비 4776.74% 상승했다. 이에반해 국내 상장 기업 중 주가 상승이 가장 높았던 SK하이닉스는 약 300% 그쳤다. 

이는 코리아디스카운트로 불리는 투자환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상장 기업의 주주환원율(현금배당액과 자사주 매입액의 합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은 글로벌 스탠다드와 비교해도 낮은 상태”라며 “투자자들이 장기간 긴 호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외국과 비교해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현금성 자산이 시가총액 보다 많은 기업들이 즐비하지만 이같은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지 않고 있어서다. 

또한 M&A(인수합병)과 같은 이슈가 있을 때도 개미투자자들은 이익을 거두는 경우가 많지 않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은 M&A 모멘텀에 반사이익을 받기는커녕 주식가치가 하락하면서 손해를 봤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외국의 경우 두 기업의 인수합병이 있을 경우 시가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자산가치를 모두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시가 기준으로 할 경우 어느 한쪽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의 손실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국내 상장기업의 경우 일반주주에 비해 지배주주가 훨씬 높은 가치를 누리고 있고, 오히려 일반투자자들의 이익을 편취하는 사례가 많다. 이 같은 사례가 많은 것은 현재 대주주에 대한 높은 상속세와 같은 규제도 일조했다는 평가다. 대주주들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편법을 이용하고 있고, 이는 주주가치 제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주식투자는 단기 차익의 기능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기업에 대한 투자다. 따라서 주주들의 이익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 그리고 기업에 부담을 주는 규제에 대해서도 함께 공론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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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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