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칼바람…” 유통가 코로나發 구조조정 우려 확산

“봄바람이 칼바람…” 유통가 코로나發 구조조정 우려 확산

기사승인 2020-04-15 07:00:00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유통업계에 구조조정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매출 하락에 큰 타격을 입으면서다. 면세와 호텔, 대형마트 등 분야를 막론하고 그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기존에 이미 구조조정을 추진하던 오프라인 유통사들도 이를 계기로 더욱 속도를 붙이는 분위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하이마트는 창사 20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25년 이상 근무한 50세 이상 대리∼부장급 직원이 대상으로, 해당 조건에 맞는 직원은 80여명으로 전해졌다. 곤두박질치고 있는 실적이 희망퇴직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롯데하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1.1% 급감했고 매출도 2.1% 감소했다. 2019년 4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2.9%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실적 악화에 올해 매출이 부진한 오프라인 매장 11개를 폐점하고 21개 매장은 통폐합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앞서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700여개 점포 중 약 30%인 200여개의 점포를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트와 슈퍼를 중심으로 향후 3∼5년간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마트도 지난해부터 기존 점포의 30% 이상을 리뉴얼하고 전문점 사업을 재편하는 등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19와 맞물리며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은 더 빨라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일 롯데마트는 상반기 양주, 천안아산, 신영통점 3개 점포를 폐점하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15개 점포의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호텔업계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 호텔 휴점과 직원의 유·무급 휴직으로 보릿고개 넘기에 나섰지만, 고객이 90%까지 급감해 실제 문을 닫는 호텔도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호텔관련업체의 도산과 매각 등 구조조정이 현실화됐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구조조정에 대한 고용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6일 호텔·리조트 운영 전문 법인 에이치티씨(HTC)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1997년 설립한 HTC는 현재 청풍리조트, 삼성전자 영덕연수원, 라마다앙코르마곡호텔, 호텔아벤트리부산 등을 운영해 온 중견 업체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영손실이 심화해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당장의 인력 감축보다 휴점, 휴직 등의 자구책으로 버텨나가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전체 임직원의 22%인 7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달부터 유급휴직을 실시했다. 롯테호텔도 3~4월 7일 단위의 무급휴가를 실시 중이다. 그랜드 워커힐 서울은 오는 22일까지 객실 영업을 아예 중단하기로 했다. 

면세업계도 올해 1~2분기 매출이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구조조정 우려에서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전월 대비 반토막이 났다. 지난달 국내 면세점 총 매출액은 1조1026억원으로, 전월(2조248억원) 대비 46% 급감했다. 4월에는 90% 이상 매출이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SM면세점은 서울 시내 면세점을 폐점하기도 했다. 사측은 이곳 직영 사원을 인천공항 제1 여객터미널 면세점으로 재배치하기로 하면서 기존 도급 사원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 여기에 SM면세점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입찰도 포기하면서 추가 인력 구조조정도 예고한 상태다. 롯데, 신라, 신세계 등 주요 대형 면세점들도 시내 면세점 휴점과 함께 유‧무급휴직을 권고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유통업 전체가 흔들리며 고용 불안도 커지고 있다”라며 “정부는 고용 유지를 외치고 있지만, 매출이 줄고 있는데 마땅한 지원책은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소비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기업 규모와 관계없는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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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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