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오경화가 ‘하이에나’ 이지은을 연기하며 배운 것

[쿠키인터뷰] 오경화가 ‘하이에나’ 이지은을 연기하며 배운 것

기사승인 2020-04-18 08:00:00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 속 이지은이 인스타그램을 운영한다면 어떨까. 배우 오경화는 이지은을 상상하며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아이 노우 실버라이닝’(i_know_silverlining)’이라고 지었다. 한자 알 지(知)에서 ‘노우’를 따왔고, ‘실버라이닝’은 은(銀)을 뜻하는 영어 ‘실버’(silver)를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다. 최근 서울 월드컵북로 쿠키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오경화는 “원래는 ‘아이 노우 실버’로 짓고 싶었는데, 이미 사용 중인 아이디라고 해 ‘실버라이닝’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생각할수록 아이디를 잘 만들었다 싶어요. 지은이는 ‘실버라이닝’(구름의 흰 가장자리·밝은 희망)을 알아볼 수 있는 친구 같거든요.”

이지은이 어떤 인물인가. 그는 법률사무소 충 시절부터 정금자(김혜수)를 보필해온 비서이자 사무관이다. 각종 자격증을 완비한 건 물론이고, 상대 변호사의 사적인 취향이나 재벌가 권력 구조 등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정보도 척척 캐낸다. 한마디로 능력자다. 게다가 센스는 어찌나 탁월한지, 금자가 씁쓸해할 땐 소주를 대령하고 금자가 숙취에 시달릴 땐 누룽지를 대령한다. 탁월한 일꾼이자 믿음직한 동료, 마음 터놓을 수 있는 친구, 충의 왓슨 박사! ‘하이에나’의 사이드킥! 오경화는 “내가 인지도가 높은 배우도 아닌데, 지은이를 어여삐 여겨 주시는 분들이 많아 감사했다”고 말했다.

오경화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이지은 역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오디션 당시 대본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오경화의 모습을 장태유 감독과 김혜수가 눈여겨 봤다고 한다. 숏 컷에 동그란 안경, 바지 정장 차림 같은 이지은의 패션도 이 자리에서 만들어졌다. 오경화는 “지은이는 활동적인 친구니까 바지가 더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안경도 내가 갖고 있던 것 중 하나를 골라 쓰고 갔는데 감독님이 좋게 봐주셔서 촬영 때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섬세한 연출력을 자랑하는 장태유 감독은 송&김 입사 전후로 지은의 옷차림과 안경도 조금씩 다르게 했다.

“처음엔 지은이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워낙 똑 부러진 데다가 자기 일에 주인의식을 가졌잖아요. 저도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봤지만, 주인의식은커녕 주휴수당을 못 받게 되면 슬퍼할 뿐이었는데…. 그런데 촬영을 하면서 지은이가 감정적일 때도 있다고 느꼈어요. 서정화가 죽었을 때 감정이입을 많이 했던 것처럼요.”

때론 고민도 있었다. 자신의 연기가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라는 지은의 설정과 어긋난다는 기분이 들어서다. 그래도 오경화는 “지은이에게 감정적인 면모가 있었기에 금자님과의 관계도 가능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하이에나’ 방영 초반엔 내로라하는 선배들의 연기를 보며 자책에 빠지기도 했다. 그럴 땐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이지 말고 지금 중요한 것에 집중해라’라는 김혜수의 조언을 가슴에 새기며 스스로 용기를 북돋웠다. 특히 대배우 김혜수와 지근거리에서 호흡한 게 값진 경험이 됐다. 오경화는 “나는 촬영하면서 지은 캐릭터를 완성해 나갔는데, 혜수 선배님의 금자는 시작부터 완성도가 쫀쫀했다”고 감탄했다. 

‘하이에나’는 오경화의 첫 드라마 조연작이다. 대학에서 IT를 전공한 그는 고독과 불안에 빠져있던 2013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배우 장영남을 보며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그 희열이 자신을 연기자의 길로 이끌 줄은 몰랐다. 그의 열정이 깨어난 건 취업준비생 시절 본 인성 면접에서였다.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라’는 인사 팀장의 말에 그는 ‘해를 품은 달’이 준 희열을 떠올렸다. 진짜 원하는 것을 찾은 이에게 꿈을 모르던 시절로 돌아가기란 불가능했다. 오경화는 무작정 상경해 아르바이트와 연기 공부, 프로필 투어를 병행했다. 취업준비생 시절보다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그런데도 오경화는 “오히려 불안감이 사라졌다”고 했다.

“돌아보면, 여러 경험을 통해 인간적으로 더욱 성숙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통과한 사건·사고들을 통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고, 내게 어떤 사고방식이 필요한지 깨달았죠. 그런 미성숙한 경험들이 굳은살처럼 쌓여서 오늘을 완성한 것 같아요. 요즘엔 누군가를 이해하고 함께 융화돼서 일하는 게 제일 고민이거든요. 그런데 ‘하이에나’를 하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게 특히 마음에 와닿았어요. 함께하는 것, 그 소중함을 요즘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wild37@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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