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해외치료길 막혔는데...'재난적의료비'도 배제

코로나에 해외치료길 막혔는데...'재난적의료비'도 배제

기사승인 2020-04-20 14:07:56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건강보험공단이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치료길이 막힌 희귀질환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에 대한  재난적 의료비 적용 여부를 번복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초 환자들은 재난적 의료비가 적용되면 해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치료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공단의 번복으로 상심이 커졌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는 20일 공동 성명을 내고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한 방사성의약품 루타테라에 대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현행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환자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자단체에 따르면, 경기도 시흥에 거주하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A씨는 건강보험공단 시흥지사 담당 직원으로부터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에 재난적 의료비를 적용, 연간 2천만원~3천만원으로 수급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는 지난달 16일 2600만원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약제비로 지불하고 이달 16일 루타테라 주사를 맞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난 9일 건강보험공단 시흥지사가 루타테라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의약품이기 때문에 약제비에 대해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입장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환자 A씨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구입한 의약품의 약제비에 대해서도 재난적 의료비 지원이 가능하다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안내 책자의 내용과 다르고, '재난적의료비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정 취지에도 반한다”며 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와 환자단체연합회에 제도 개선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신경내분비종양은 애플사 CEO 스티븐잡스가 투병했던 병이다. 췌장·위·소장·대장 등의 신경내분비세포에 생긴 암을 말한다. 암의 진행속도가 느린 편이고, 수술로 완치도 가능하다.

다만, 재발 시에 항암 및 방사선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다. 다행히 종양 부위만 표적하는 방사성의약품인 루타테라(Lutathera)가 개발돼 치료 대안으로 부상했다.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가 2018년 1월 26일 미국 FDA로부터 승인받은 바 있다.

문제는 고가의 약값이다. 루타테라 370MBq/mL를 1회 주사 받는데 이날 기준 2600만원이다.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는 1사이클 치료를 일반적으로 6~10주(보통 2개월) 단위로 4회 루타테라 주사를 맞기 때문에 총 1억4백만원의 약제비를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국내 환자들은 노바티스 루타테라와 성분이 비슷한 'lutetium Lu 177 dotatate' 주사를 맞을 수 있는 말레이지아로 해외 원정치료를 떠나왔다. 말레이지아에서 사용하는 'lutetium Lu 177 dotatate '주사는 노바티스 루타테라와 성분이 비슷한데, 1회 주사에 800만원~1천만원 정도다.

그런데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도 재난적 의료비 지원으로 치료비 부담을 덜 방법이 이미 마련돼 있었다는 것이 환자단체의 주장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28일 식약처장은 매년 100여명의 환자들이 해외 원정치료를 떠나는 현실을 고려해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를 '긴급도입의약품'로 지정한 바 있다. 이때부터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이 가능하게 됐다는 것.

또 노바티스가 지난해 11월경 식약처에 루타테라에 대해 희귀의약품 지정 신청과 품목 허가를 신청했으며, 식약처장도 루타테라에 대해 우선 지난해 12월 2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3상 임상시험 실시를 조건으로 2상 임상시험 결과만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을 수 있게됐다.  현재 품목 허가 심사도 진행 중에 있다.

관련해 환자단체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한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 약제비(1회 주사 2600만원, 1사이클 4회 주사 1억400만원)에 대해 연간 최대 2천만 원과 개별 심사를 통해 1천만 원 추가 지원을 포함해 최고 3천만 원 한도에서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피력했다.  

환자단체는 "건강보험공단은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가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의약품이라는 이유로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회신한 해당 민원에 대해 재검토를 실시해야 한다"며 "재검토 결과 해당 민원이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이라고 판명되면 전국의 건강보험공단 지사와 본사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 담당 직원들이 이러한 행정 착오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루타테라로 치료받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 사례처럼 연간 3천만원을 재난적 의료비로 지원 받을 수 있는데도 건강보험공단 담당 직원의 행정 착오나 실수로 지원받지 못한다면 이는 문재인케어에 대한 불신을 키울 우려가 있다"며 "특히, 재난적 의료비는 '신청주'를 채택하고 있어서 6개월이 경과되면 더 이상 지원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19년 한 해 동안 재난적 의료비 상한액인 2천만원~3천만원을 지원받은 환자가 7명, 3천만원을 지원받는 환자가 9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설계와 운영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건강보험공단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환자중심에서 재설계해야 하고, 문재인케어 추진과정에서의 건강보험 사각지대 해소라는 원래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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