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표를 갈구하던 총선 전과 결과가 나온 총선 후 정치권의 태도가 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여파로 민생경제가 급격히 위축되자 이를 일부나마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긴급’의 의미가 미래통합당의 태도변화에 퇴색되고 있다.
정부는 20일 정세균 국무총리를 통해 긴급재난지원금의 조속한 지급을 위한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했다. 정 총리는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의 삶은 지금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국민들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국회가 추경안을 조속히 처리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며 국회에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도 화답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 지원금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는 이미 이뤄졌다. 여야가 함께 국민 모두에게 빨리 지급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선거 때 한 약속을 실천할 시간”이라고 했다. 이해찬 대표도 “상임위 및 예산결산위 심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하고 5월 초에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하지만 지급의 신속성이 지켜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미래통합당이 기존 ‘전국민 50만원 지급’이라는 당초 황교안 전 대표의 공약을 뒤집었다. ‘상위 30% 지급 및 국채발행 반대’한다는 의견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규모와 방식에서 정부와 여당, 야당의 간격이 더욱 벌어진 셈이다. 더구나 입장들이 확고해 간극을 좁히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통합당 정책위의장이자 국회 추경안 심사를 맡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김재원 의원은 이날 “소득 상위 30%를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당의 기본 입장을 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채를 발행해가며 빚을 져 소득 상위30%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돈 낭비’라는 이유다.
문제는 일련의 이유를 정부도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정부는 지급기준 ‘소득 하위 70%’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화상 확대간부회의에서 “지급기준 70%는 지원 필요성, 효과성, 형평성, 제약성 등을 종합 검토해 결정된 사안인 만큼 국회에서 기준이 유지되도록 최대한 설득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했다.
이어 “재정당국이 무조건 재정을 아끼자는 것은 아니며 전례 없는 위기에 재정 역할이 필요한 분야는 선제적으로 지원해 나가야 한다. 다만 가능한 한 더 우선순위에 있는 분야에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한다”면서 2차 추경안 국회 심의에 철저히 대비해줄 것을 담당자들에게 거듭 요청했다. 사실상 정부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21일 오전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예산 항목조정을 통해서 7조6000억원을 마련하고 소득하위 70%의 가구에 필요한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것에 대해 (통합당도) 충분히 수긍하고 있다”며 “여당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계속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신속하게 예산이 통과될 수 있다”고 정부안에 동조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반면 민주당은 총선 당시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가구당 100만원 지급’을 약속했던 만큼 그대로 이행해야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은 국민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정책이자 총선 때 통합당도 천명한 것”이라고 했고, 남인순 최고위원도 “긴급재난지원금 100% 지급약속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차 추경안 심사일정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방식 및 규모 등을 논의하기 위해 20일 오후 개최될 예정이었던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은 선거대책위원회의 해체와 황교안 전 대표의 사퇴 등으로 인한 통합당의 지도부 구성문제로 열리지 못했다. 추후 회동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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