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부처 ‘n번방 재발 방지’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 공개

범부처 ‘n번방 재발 방지’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 공개

기사승인 2020-04-23 16:04:09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23일 정부가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개최하고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심의‧확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 총리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부처의 장관이 참석했다. 아울러 ▲국무조정실장 ▲방송통신위원장 ▲통계청장 ▲경찰청장 ▲중소기업 옴부즈만 등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확정된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이 논의의 추진력을 얻기 시작한 계기는 ‘n번방’ 사건이 공분을 사면서다. 이는 온라인 익명 메신저 플랫폼 텔레그램에서 발생한 디지털 성착취 범죄 사건이다. 앞서 정부는 2차례에 걸쳐 디지털 성범죄 방지대책을 마련·추진해왔다. 지난 2017년에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지난해 1월에는 ‘웹하드 카르텔 방지대책을 각각 발표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른 범죄수법의 진화 및 폐쇄적 해외 플랫폼 사용 등 신종범죄에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이번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는 9개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민관합동 TF를 구성하고, 여성계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다. 정부에 따르면 종전 대책들이 불법촬영을 비롯한 범죄수단별 타겟형 대책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대책은 디지털 성범죄 전반을 포괄하는 종합대책이다. 신종범죄에 대한 사각지대가 없도록 대책을 구성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종합대책에는 구체적으로 4대 추진전략이 제시됐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 확립 ▲아동·청소년에 대한 보호강화 ▲처벌 및 보호의 사각지대 해소 ▲중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 확산 등이다. 4대 분야 하위에는 17개 중과제와 41개 세부과제가 마련됐다.

우선, 디지털 성범죄물 제작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는 중대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아 처벌이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를 중대범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정형량을 상향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판매 행위에 대한 형량의 하한을 설정해 처벌을 강화하고, SNS·인터넷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광고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도 신설하여 수요자 유인 행위를 차단할 방침이다.

중대 성범죄 예비·음모죄도 신설된다. n번방 사건 범행에 가담한 가해자들은 SNS를 통해 성폭력을 모의한 후 오프라인에서 실행했다. 이 같은 사례를 고려해 정부는 예비·음모죄를 처벌하는 살인죄와 마찬가지로 합동강간·미성년자 강간도 중대범죄로 취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합동강간·미성년자 강간은 실제 범행까지 이르지 않고, 준비하거나 모의만 해도 예비·음모죄로 처벌받게 될 예정이다.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도 마련될 예정이다.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의 법정형량을 높였음에도, 적용기준이 미비해 국민 눈높이보다 낮은 형량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관련해 검찰은 지난 9일부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화된 사건처리기준과 구형기준을 우선 마련해 시행 중이기도 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강화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마련 중이다.

범죄수익 환수 체계도 강화된다. 기업화되고 수익구조화 되는 디지털 성범죄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앞으로 해외도피, 사망 등의 경우에 기소나 유죄판결 없이도 범죄 수익을 몰수 가능한 독립몰수제를 신규로 도입할 예정이다. 범행기간 중 취득재산을 범죄수익으로 추정하는 규정도 신설하는 등 범죄수익 창출을 원천 봉쇄한다는 목표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신상공개는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수사단계에서부터 사안이 중한 피의자는 얼굴 등 신상정보를 적극 공개하고,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 등 성폭력범으로 한정됐던 유죄 확정 범죄자 신상공개 대상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판매자’를 추가할 계획이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보호 대책으로는 온라인 그루밍 처벌 규정 신설이 제시됐다. 또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도 상향조정할 계획이다. 기존의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는 13세 미만에만 적용됐지만, 미성년자 보호가 충분치 못하다는 논란이 있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n번방 사건에서 미성년 피해자가 다수 발생하는 등, 미성년자 보호공백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호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의제강간 기준 연령을 16세 미만으로 상향할 예정이다.

범행 적발을 위한 잠입수사 전략도 제시됐다.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 플랫폼의 폐쇄성·보안성으로 인한 수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수사관이 미성년자로 위장해 수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잠입수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잠입수사에 투입된 수사관을 보호할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또 잠입수사에서 수집한 증거가 재판과정에서 증거능력 가질 수 있도록 법률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디지털 성범죄물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적극적인 적발이 가능하도록 국민들이 참여하는 촘촘한 감시망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디지털 성범죄물을 소지하거나 구매한 사람을 처벌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정부는 수요행위도 범죄라는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행위에 대한 형량을 상향할 계획이다. 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구매죄를 신설해, 소지하지 않고 구매만 해도 처벌할 방침이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로 벌금형 받은 사람의 학교·어린이집 취업도 제한될 예정이다. 

성인 대상 성범죄물을 소지하는 경우에 대한 처벌조항도 신설해 처벌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현재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착취물에 대해서만 소지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아울러 종합대책에는 피해 지원 방안도 나열됐다. 우선, 정부는 피해자에 대한 규정부터 명확히 한다는 계획이다. 성매수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이 ‘자발적 성 매도자’로 취급돼 소년원 감치 등 보호처분 대상이 되고, 가해자가 이를 악용해 피해자를 착취하는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피해영상물 삭제 지원도 강화된다. 온라인상 유포피해가 주로 발생하는 취약시간대인 야간에도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여가부 산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기능을 보강할 계획이다. 센터는 삭제지원, 상시 상담, 수사지원 및 2차·3차 유포에 대한 추적 삭제 지원 등 24시간 원스톱 지원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다. 아울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삭제절차를 더욱 간소화해 ‘선삭제, 후심의’ 절차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 정부는 예측–유포 차단–검거–삭제 등 디지털 성범죄 대응 전 과정에 걸쳐 신속하게 불법 영상물을 탐지해 자동 필터링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인터넷 사업자의 책임도 강화된다. 현재 인터넷 사업자가 발견시 바로 삭제해야 할 성범죄물은 불법촬영물로 국한된다. 앞으로 정부는 즉시 삭제 대상을 디지털 성범죄물 전반으로 확대하고, 유통방지를 위한 삭제·필터링 등 기술적 조치의무를 모든 사업자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반한 사업자를 제재할 수단으로 징벌적 과징금제도 도입된다.

피해자 주민등록번호 변경 처리기간은 종전 3개월에서 3주 내로 단축된다. 개인정보 유출을 통한 온라인상 2차 피해를 예방하고, 오프라인상 직접적인 범죄위협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다. 아울러 n번방 사건에서도 문제가 됐던 사회복무요원의 행정기관 내 개인정보 취급은 전면 금지된다. 사회복무요원의 복무중 정보유출 행위에 대한 제재도 강화될 예정이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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