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여당 압승, 보수 치우친 정치 균형 맞춰가는 과정”

[21대 국회] “여당 압승, 보수 치우친 정치 균형 맞춰가는 과정”

국민, 여당선택은 최선 아닌 차선...시한부 재신임

기사승인 2020-04-24 05:00:00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국민은 위대했다.” 

정치평론가 황태순 씨(17대 대통령선거 대통합민주신당 선거대책전임위원)가 지난 15일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결과를 두고 던진 한 마디다. 또한 정치계 인사들이 “두렵기까지 하다”며 이번 ‘국민의 선택’이 가지는 의미를 풀어낸 말들의 배경에 깔린 표현이기도 하다. 왜 이런 총평들이 쏟아질까.

정치평론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두렵다’ 혹은 ‘위대하다’는 평론의 이유를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이뤄진 자연스러운 조정과정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얼핏 여권에게 180석을 몰아줘 야권을 심판하는 성격으로 볼 수 있지만, 보수로 지나치게 기운 대한민국 정치의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배 소장은 세부적인 투표율을 제시했다. 253석이 걸린 지역구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64.4%에 달하는 163석을 얻었다. 반면, 정당투표율은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을 모두 합쳐 38.7%에 머물렀다. 이를 두고 그는 지역구 선거에서의 민심은 야당 지역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반영된 ‘차악’ 혹은 ‘차선’을 선택한 결과라는 풀이했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촉발된 사회적 침체상황을 탈피하려는 반작용으로 과거에 매몰된 ‘발목잡기’나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전진’과 ‘균형잡기’를 위한 고육지책에 가까운 치우침이라는 설명이다. 배 소장은 현 상황을 “대선까지 야당의 역할을 갖추라는 으름장이자 성과를 독려하는 여당을 향한 시한부 재신임”이라고 했다.

황 평론가 또한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절벽에서의 절박함 속에서 정부에 기댈 수밖에 없고 안정을 바라는 마음과 공천파동, 내부알력다툼 등 야당이 제대로 된 야당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낳은 몰표”라며 현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정치와 사회 전반이 앞으로 나아가야한다는 의식이 여권에 힘을 실어주는 형태로 도출됐다고 봤다.

하지만 이들은 21대 국회가 국민들의 ‘평화’와 ‘안정’을 바람과 달리, 그동안 연출된 바 없는 극단적 ‘대립’과 ‘갈등’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이 같은 홍역이 긴 정치사의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적 전망도 함께 내놨다.

황 평론가는 “여당은 개헌 빼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은 만큼 문재인 정부에서 3년간 추진해왔던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각종 경제정책과 친중·친북 대외 외교정책, 탈원전과 같은 정책들을 더 강하게 진행할 것이다. 반대로 야당은 정치적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정치적 선명성을 강조한 가열찬 대여투쟁과 충돌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배 소장도 “출생조차 안한 아이의 반항을 걱정해야하는 국회가 될 것”이라는 말로 함축해 설명했다. 이어 “야당은 핵심 지지층을 붙들고 내부의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부의 적을 만들어야하는 상황”이라며 “미래한국당을 교섭단체로 만들어 협공을 통해 여당에 각을 세울 것이다. 결국 국회 발 갈등은 일정시간 훨씬 더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선거결과는 한 마디로 21대 국회에서 제1야당의 역할을 국민이 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정권심판을 차기 대선까지 유예하며 힘을 실어준 만큼 여당은 국민이 바라는 성과를 내라는 당근을, 야당에게는 야당으로서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건전한 비판과 개혁의 행보를 걸으라는 채찍질이 주어졌다. 정당들도 국민의 뜻을 새겨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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