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태구 기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지요. 뒷북친다는 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슨 일이 발생한 후에라도 외양간을 고친다면 다음 번에는 소를 잃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홍역을 치른 후 국가 방역체계 정비·강화에 앞장섰던 전혜숙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민들이 감염병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4·15총선에서 서울 광진구갑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3선에 성공했다. 

20대 국회에서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위원회 세 곳을 맡아 여야 갈등이 심한 가운데서도 국회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를 효율적으로 이끌어  ‘일하는 국회’의 모범을 보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경력으로 국회에서 보건복지 전문가로 손꼽히는 전 의원은 탁견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창궐에 대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다음은 전혜숙 국회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20대 국회에서 많은 일을 했는데,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두고 했나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국회 의정활동의 최고 가치로 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소외되는 이웃이 없고 질병으로 인해 가난에 빠지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가 촘촘한 안전 및 복지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건강보장성강화 TF추진단장(일명, 문재인케어 TF추진단장)을 맡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 또한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폭탄으로 환자 및 보호자의 생계가 빈곤으로 떨어지거나 신용불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정착시켰다. 이번 코로나때 국민들이 병의원 이용이 쉬운 것은 의료비용 부담을 덜어준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미국같은 경제대국도 의료비부담이 커서 제때 치료받지못해 사망자가 많이 생기고 있다. 건강한 대한민국, 아파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미래를 예측하고 법과 제도를 구축해 코로나 위기에 대비한 숨은 주역이라던데 

▶20대 국회에 들어와서 현장을 둘러보니 우리나라 체외진단기기가 의료기기법에 묶여 2중 규제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안전성은 강화하되 불필요한 행정부처간의 힘겨루기로 생기는 이중규제를 철폐하여 신속한 진단으로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을 대표 발의하여 통과시켰다. 최근 코로나19로 전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국산 진단키트의 신속한 승인으로 수출에 도움을 준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 

또 마스크로 사재기로 국민들이 혼란에 빠진것을 해결한 시스템을 시행하게 한 것이다. DUR시스템은 국민들을 실시간으로 정보공유를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는 국내 유일하다. 약사로 활동하며 환자들이 의약품을 지나치게 많이 복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병·의원 사이의 중복처방이 확인되지 않아 같은 성분의 중복된 약을 과다복용하거나 성분이 다른 약을 함께 복용했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약물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생한 질병을 보면서 제도개선이 필요함을 느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임감사로 재직했을 때 미국 민간보험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시스템을 연구한 뒤, 18대 국회에서 시범사업을 거쳐 도입하게 했다. 이제는 같은 성분의 의약품을 중복 복용하거나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하는 의약품을 처방하는 게 드물어졌다. 

특히 DUR시스템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큰 역할을 했다. 마스크 대란이 발생한 지난 2월말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이의경 식약처장에게 직접 연락해서 마스크 판매에 DUR을 도입하도록 설득했다. 이 시스템이 도입된 후 1개월여 지난 지금은 국민 누구나 약국에서 공평하게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이번 총선 유세 때 ‘전염병 전문가’라고 치켜세웠는데.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도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국민들이 무방비로 감염 공포에 노출되는 실수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보았듯이 앞으로도 신종·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유행할 수 있다. 환자 치료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음압병실 구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대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음압병실 확대를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래서 각 병원의 음압병동 설치를 강조함과 동시에 정부의 지원을 주문했다. 그리고 음압병동 설치를 의료기관 평가 기준에 넣어 관련 시설을 구축하도록 했다. 이런 노력으로 3년 전 전국 71곳에 불과하던 음압병실이 올해 793곳으로 10배로 늘어났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약효를 톡톡히 본 셈이다.

-3선 중진의원으로서 21대 국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국민들이 없도록 하는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 현재 보호가 필요한 분들에게 맞춤형 복지와 보건의료체계가 아직 부족하다. 감염병에 대한 방역체계도 더 강화하고 국민 모두가 차별 없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약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보건복지 분야의 오랜 경험을 살려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짜는데 앞장서겠다.

또한 우리나라 보건산업 분야의 잠재된 역량을 키우기 위한 제도 마련에 힘을 쏟으려 한다. 우리의 BT(바이오)산업은 IT(정보통신)산업만큼 기술력이 우수하다. 하지만 BT 관련 산업을 뒷받침하는 법과 제도가 아직 부족하고 불필요한 이중규제도 많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려면 IT를 넘어 BT산업을 더 활성화시키고 육성해 나가야 한다.

이번 코로나 진단의료기기는 세계 126개국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IT산업이 이루지 못한 것을 BT산업이 이룬것이다  21대 국회에서는 ‘바이오 한류’가 세계적으로 널리 뻗어나가 국가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BT산업의 혁신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