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21대 국회에서의 영토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비례위성정당 논란이 정치권을 여전히 달구고 있다. 오는 5월 30일 열릴 본무대에서 운신의 폭을 조금이나마 넓히려는 중도·보수진영과 수적 우위로 승리의 쐐기를 박겠다는 진보진영의 복잡한 셈법이 드러나고 있다.
먼저 카드를 내민 곳은 더불어민주당이다. 163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8일 마무리된 권리당원 투표결과를 토대로 오는 12일 당내 중앙위원회를 개최하고 ‘합당’을 위한 수순을 밟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투표는 78만9868명 중 17만7933명(22.5%)이 참여해 이 중 84.1%(14만9617명)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합당까지 남은 절차는 오는 12일 열릴 중앙위원회 최종투표와 13일로 계획된 수임기관 지정 및 합동회의다.
허윤정 대변인은 “합당에 대해 찬성으로 결론지었다”고 투표결과를 전했다. 이어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별도의 교섭단체 구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한 질문에서도 “통합당의 진행 여부와 무관하게 전 당원 투표결과를 수용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민주당과 시민당의 합당이 권리당원 투표결과처럼 진행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 총선에서 통합당이 한국당을 만들자 이에 대응하겠다며 대내외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시민당을 만든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꼼수위성정당으로 선거제 개혁의 취지를 훼손한 통합당이 한국당으로 다시금 꼼수 위성교섭단체를 만든다면 민주당은 특단의 대응을 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빈다”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허 대변인도 8일 회견에서 “(통합당 움직임에) 당 지도부도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다만 “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존중해 그 과정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단언했다. 과거 시민당 추진 직전 민주당이 내놓은 ‘꼼수는 없다’는 답한 행동과 닮은꼴이다.
이와 관련 김성원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민주당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던 약속도 하루아침에 내팽개쳤다. 창당 과정에서 군소정당 연합이라는 꼼수를 부렸다가 토사구팽하는 배신도 서슴지 않았다”며 “대의민주주의 기본 취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합당결정을 고수하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미래한국당은 통합당과 형제 정당이기 때문에 걱정 안 해도 우리가 할 일은 우리가 알아서 잘한다. 민주당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선거악법을 폐지하는 일”이라며 새로운 원내지도부 구성과 동시에 선거법 재개정을 위한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합당 논의는 국민의당이라는 변수가 등장하며 또 다른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는 눈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당 혁신위원회 산하 정책공약추진전략위원회는 7일 미래한국당과의 공동 교섭단체 구성을 하나의 전략으로 하는 당 혁신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에 따르면 당 대 당 통합 가능성은 없지만, 원내에서 채택할 수 있는 전략으로 연대 혹은 공동 교섭단체 구성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당과 관련 내용을 조만간 논의할 계획이다. 이에 안 대표 또한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말을 아꼈다. 원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으로부터 공동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자든지, 합당하자든지, 이런 얘기를 정식으로 전해 받은 적이 없다”며 “지금 말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