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비 조카 김신영②] 준비된 레전드

[김다비 조카 김신영②] 준비된 레전드

[김다비 조카 김신영②] 준비된 레전드

기사승인 2020-05-13 08:00:00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10년 넘게 방송에 출연하며 높은 웃음 타율을 기록해왔음에도 개그우먼 김신영만큼 주목받지 못한 연예인이 또 있을까. 김신영의 필살기인 애드리브 연기는 디테일한 설정과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순식간에 깊은 몰입도를 만든다. 그가 연기를 시작하면 아무도 방해하거나 끊지 못한다. 멍한 상태로 빠져들어 웃고 울 뿐이다.

온라인에서 수년째 일명 ‘김신영 레전드’ 영상이 떠도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직접 봐야 웃기고, 다시 봐도 또 웃기고야 마는 짧은 영상들은 분명 김신영을 위한 최적의 콘텐츠다. 그리고 2020년 5월, 둘째 이모 김다비가 나타났다. 백반집과 오리백숙집을 운영하던 빠른 45년생 김다비는 사실 김신영이 그동안 쌓아온 레전드 연기의 완성형 캐릭터다. 다음 영상들을 통해 김신영이 어떻게 지금의 ‘김다비 유니버스’를 탄생시킬 수 있었는지 돌아봤다.


△ 레전드의 시작

김다비의 시작을 찾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면 MBC에브리원 ‘무한걸스’에서 우연히 탄생한 백반집 아줌마 캐릭터가 나온다. 이 캐릭터는 빠르고 격앙된 경상도 말투로 시선을 뺏으며, 가장 바쁜 시간에 찌개와 불백 등 메뉴를 다르게 시킨 손님들에게 불만을 제기한다. 백반집 아줌마 캐릭터는 멤버들에게도 강한 임팩트를 남겨 ‘무한걸스’에서도 여러 번 소환 됐다. 미션 도중 제작진이 멤버들에게 베네핏을 주기 위해 백반진 아줌마 상황극을 요청할 정도. 매번 조금씩 추가되는 디테일한 설정, 멤버들과 벌이는 밀당이 웃음 포인트다. 이 모든 것이 김신영의 애드리브다.

→ "2017년 7월 ‘님과 함께 시즌2 - 최고의 사랑’에서 김신영과 ‘무한걸스’를 함께 했던 방송인 황보가 백반집 아줌마 연기를 요청하며 그가 빠른 45년생 김다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캐릭터는 그대로 둘째 이모 김다비의 캐릭터로 연결됐다."(https://tv.naver.com/v/1891944)


△ 7세 어린이부터 치매 할머니까지

김신영의 연기 폭은 생각보다 넓다. MBC ‘세바퀴’에서 김신영은 가끔씩 연령대별 우는 모습이 다른 개인기를 꺼냈다.(https://youtu.be/oPQoV8OXoSw) 그 시작은 과감하게도 7세 어린이다. 그리고 SBS ‘씬스틸러’와 JTBC2 ‘판벌려’에서 정극 연기를 보여주는 김신영은 비장의 무기처럼 할머니 연기를 꺼낸다.(https://youtu.be/jLQBYEXlJLY) 웃음을 위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면서 순간적으로 할머니 연기에 몰입해 관객의 눈물을 흘리게 한다. 김신영의 연기는 희극에서만 통하는 것이 아니다.

→ "김신영에게 70대 중반의 김다비 연기가 새로운 도전이 아닌 이유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지냈다는 에피소드부터 여러 예능에 보여준 할머니 연기 등을 종합해보면 그에게 김다비 캐릭터의 연령대는 가장 자신 있는 카드라 할 수 있지 않을까."


△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김신영은 경상도 방언에만 능숙한 것이 아니다. 각 지역 말투를 얼마나 뛰어나게 재현하는지를 넘어 특유의 관찰력과 연기력으로 한 편의 개인기를 완성해낸다는 점이 핵심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선보인 팔도 어머니 흉내 개인기는 1인 2역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놀라운 1인극이었다. MBC ‘세바퀴’에서 김신영이 MC들의 요청에 의해 가장 많이 소환된 것도 욕설과 기세로 상대를 제압하는 경상도 아줌마의 상황극이었다.(https://youtu.be/7_HMDgngeuc)

→ "김다비가 경상도 출신으로 설정된 건 김신영에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김다비는 활동하면서 ‘맹세 맹세’, ‘흥’ 등 경상도 억양을 강조해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내곤 한다."


△ 김신영의 복수혈전

김신영이 누군가를 독한 말로 공격하거나 희화화하는 모습을 찾아보긴 힘들다. 타인을 이용하기보다 본인의 재능과 아이디어로 웃기는 스타일에 가깝다. 다만 유독 동종업계 선배들을 대할 때는 조금 달라진다. 대학교 재학 시절 교수였던 이영자가 살을 빼지도, 찌지도 말라고 조언했다는 에피소드를 성대모사로 연기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https://youtu.be/q0hZbEQ1hrM) 백미는 SBS ‘절친노트’에서 할머니 역할을 맡아 강아지 역할의 이경규부터 손녀 역할의 이경실까지 무서운 선배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순간이다. 나이와 경력 모두 한참 차이나는 재능 있는 후배의 연기엔 선배들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녹아있지만, 모두가 웃고 즐기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 "김다비의 데뷔곡 ‘주라주라’ 가사가 소속사 대표이자 선배인 송은이를 저격하는 내용인 것과 조카인 ‘천재’ 김신영이 가사를 써줬다는 설정은 우연이 아니다. 김신영이 김다비의 높은 연령대를 활용해 ‘송은이 조카’, ‘양희은 조카’라고 부르는 것 역시 나름대로의 개그 철학이 녹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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