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조국 통일독립, 반미구국투쟁’의 기치아래 모인 제주도민들의 시위를 군경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죽고 다친 ‘제주4·3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이 또 다시 미뤄지게 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2일 오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희생자 본인과 유·가족에 대한 배·보상 등을 담은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행안위 법안소위 위원들은 개정을 21대 국회에 넘기기로 하고 논의를 마쳤다.
이채익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원장(미래통합당)은 “정부 내에서도 아직 종합적으로 이견 조율이 부족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관계부처와 야당이 재정부담과 사회적 갈등을 이유로 배·보상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출해 의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이날 법안심사소위에서 ‘제주4·3특별법 개정안’ 중 희생자 본인 및 유·가족에 대한 배·보상안을 두고 ‘신중 검토’ 의견을 제출했다. 이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구윤철 당시 기재부 제2차관이 지난달 27일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위한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을 위한) 부처 간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답한 것과는 배치된다.
이에 통과를 기대했던 제주4·3 유족회는 답답함을 표현했다. 김명석 유족회 사무국장은 “생존 희생자와 1세대 유족들이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조속한 명예회복이 필요하다”며 “70여년을 기다려왔는데 다시 기다림 속에서 개정안 통과를 바라야 한다는 점이 유족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토로했다.
한편 정부의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제주4·3사건은 1947년 3·1절 기념대회 당시 경찰의 발포사건을 시작으로 1945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해제될 때까지 7년 7개월여간 군경의 강제진압에 민간인들이 희생된 사건이다. 피해자는 1만4000여명에서 많게는 3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을)은 지난 2017년 12월 생존 희생자 및 유족 배·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서 지급대상은 4·3위원회 결정에 따라 희생자와 유족이며, 소요 재정은 1조원가량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날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개정안이 의결되지 않음에 따라 희생자 배·보상에 대한 논의가 21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이뤄지게 됐다. 논의에는 국가 폭력에 따른 유족과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 4·3 당시 미군정의 책임여부, 4·3의 역사적 정립 등 완전한 진상규명에 더해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 4·3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 등도 포함돼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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