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고위험상품 대거투자...낮은 진입 문턱, 이대로 괜찮을까

동학개미 고위험상품 대거투자...낮은 진입 문턱, 이대로 괜찮을까

기사승인 2020-05-14 05:15:00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원유가만 오르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수익률을 좇아 투자했던 원유 상품에 원금 전액을 날렸다. 원유 가격이 올라서 원금의 극히 일부를 회복했지만, 투자 좀 한다는 지인들 말을 들어보니 전액 회복은 절대 불가능할 거라고 해서 냉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2월 주식시장에 처음 입문한 정모(32·직장인)씨의 이야기다. 상품과 기초자산의 괴리율, 롤오버 비용의 개념도 제대로 몰랐던 정씨는 원유 레버리지 ETN에 투자했다가 원금의 대부분을 잃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증시에 변동폭이 확대되자 투자 수익을 내보려는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됐다. 일명 '동학개미운동'의 투자 방향은 초기에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진 대형 우량주 위주의 매수세를 보였다. 증시가 다소 회복되고 우량주들의 주가가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근접해 변동성이 낮아지자, 개미들은 점차 인버스와 원유 선물 ETN(상장지수중권) 등 고위험 상품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과열된 개미들의 투자는 결국 문제가 터졌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까지 내려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원유 선물 투자 상품 가격과 자산의 괴리율이 심각하게 벌어졌다. 금융감독원에서 두 차례에 걸쳐 최고 등급의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고, 업계에서 괴리율에 따른 위험성에 대해 경고가 나왔음에도 투자자들은 매수를 멈추지 않았다. 대규모 원금 손실 문제가 불거진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고위험상품 투자 진입 문턱이 낮은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번 기회에 고위험상품  전반에 대해 규제를 높이지 않으면 유사한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체로 간단한 투자성향 검사를 거치고 나면 바로 복합하고 위험성이 높은 구조의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체계가 문제라는 것이다.

당국도 원유 선물 ETF(상장지수펀드), ETN 시장과 관련, 투자자의 파생상품 관련 사전교육을 의무화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기본예탁금을 설정해 진입 문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위험 상품 투자는 개인의 투자 판단과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할 몫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더 다양한 투자 상품으로 수요를 흡수하도록 자율적 환경을 조성해주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며 “금융당국이 위험상품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 시장 침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험해서 막는다면 테마주 투자부터 시작해서 다 막아야 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자본시장 전문가도 규제 강화는 시장 위축만 초래할 것이라고 봤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위원은 “진입장벽을 과하게 높이면 시장기능만 위축될 수 있다. 당장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조치가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죽일 수 있다. ELW(주식워런트증권)시장의 사례를 돌아봐야 한다. 당시 시장이 과열되자 예탁금 규제와 사전교육 등을 통해 진입장벽을 높였다. 그런데 이후에 ELW 시장이 죽어버린 수준이 됐다. 투자자들이 해외거래소로 계좌를 옮기거나, 훨씬 더 위험성이 높은 사설 불법 거래 사이트로 이동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위험 상품 투자 장벽을 높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시장에 자율성을 줘서 시장 자율기능으로 관리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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