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경] 신한·우리·농협, 재난지원금 기부하고 ‘쓴 소리’ 듣는 사연은

[알경] 신한·우리·농협, 재난지원금 기부하고 ‘쓴 소리’ 듣는 사연은

기사승인 2020-05-15 05:00:00

#[알경]은 기존 [‘알’기쉬운 ‘경’제]의 앞글자 딴 새로운 코너입니다. 어려운 경제 용어 풀이뿐만 아니라 뒷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새로운 형식으로 전달하고자 합니다.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최근 사회 각계각층에서 재난지원금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도 5대 금융지주가 모두 재난지원금 기부에 동참했죠. 하지만 똑같이 재난지원금을 기부하고도 신한·우리·농협금융지주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 이유은 무엇일까요.

먼저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재난지원금 기부를 발표한 곳은 농협금융입니다. 농협금융은 지난 4일 모회사인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범농협 임원 및 간부직원 5000명이 재난지원금을 자발적으로 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농민지원을 위해 설립된 특수 조직인 만큼 정부와의 연계가 끈끈한 농협 입장에서 정부의 선의적 정책에 발맞춰 나가는 모습입니다. 농협의 자발적 기부 이후 잠잠했던 금융권 기부 행렬은 문재인 대통령이 7일 기부의사를 발표한 후 급진전 됩니다. 

문 대통령의 기부는 정치권과 공공기관으로 확대됐고, 금융권이 이에 동참하는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신한금융이 13일 그룹의 본부장급 이상 임원 약 250여명이 긴급재난지원금 전액을 기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으며, 같은 날 우리금융도 본부장급 이상 그룹사 임원 약 200명이 자발적 기부에 동참할 것이라는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신한·우리·농협금융에 대한 쓴 소리는 바로 이 대목에서 나왔습니다. 3곳의 금융지주는 자발적 기부라고 강조했지만 회사명으로 기부를 공식화하면서 ‘관제 기부’ 논란을 불러온 것입니다. 특히 개인의 기부 행위가 회사 차원의 기부로 비춰지고, 회사가 이를 홍보에 이용하면서 개인의 기부가 회사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의 대응을 보면 신한·우리·농협금융에 대한 쓴 소리가 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더 명확화 됩니다. KB금융과 하나금융도 임원진의 재난지원금 자발적 기부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만 이를 회사 차원에서 공식화하지 않고 있습니다. 

KB금융에 문의 결과 “선의의 차원이라고 해도 기부를 회사이름으로 공식화할 경우 자발적 기부가 아닌 강제 기부가 될 수 있다”며 “금융회사 임원들이 고액연봉자라고 해도 개인의 사정에 따라 돈이 급한 사람이 있을 수 있어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한·우리·농협금융의 재난지원금 기부 공식화가 결국 쓴 소리를 불러온 상황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긴급재난지원금 기부와 관련해 내놓은 “기부는 선의의 자발적 선택이다.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해서도 안 될 일”이라고 발언한 내용과 상충되는 모습입니다. 

마지막으로 자발적 기부에 동참한 한 금융지주 임원의 발언을 들어보겠습니다. 이 임원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자발적 기부에 동참했지만 개인의 기부를 왜 회사에서 발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는 한국 사회에서 기부문화가 아직 제대로 정착하지 않은 결과가 아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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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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