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위기’ 신라젠 예견된 실패…코로나 관련주 투자도 ‘주의’

‘상폐 위기’ 신라젠 예견된 실패…코로나 관련주 투자도 ‘주의’

기사승인 2020-05-15 04:30:00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신라젠 전·현직 임원의 ‘미공개정보 주식 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표이사(문은상)의 구속과 코스닥시장 퇴출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라젠의 상장폐지 위기는 사실상 예견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신라젠의 항암치료제 물질 ‘펙사백’은 외부 기업 인수를 통해 취득한 것이라는 것 ▲항암 치료제 노하우 부족 ▲임원진들의 모럴헤저드 ▲자체 매출 없이 주주들의 투자금을 기반으로 운영한 취약한 사업 방식 등 여러 문제점이 터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최근 코로나19(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개발 수혜와 관련된 바이오기업 투자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바이오기업 신라젠의 수장 문은상 대표가 ‘미공개 정보 주식거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신라젠 경영진들이 면역항암치료제인 ‘펙사벡’의 임상 3상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식 발표 4개월 전에 이미 파악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한국거래소도 즉각 신라젠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에 들어갔다. 사실상 상장 폐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한 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고공행진했던 신라젠이 상폐 위기에 몰리면서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신라젠의 이 같은 위기는 ‘예견된 결과’라고 말한다. 우선 자체 매출이 없는 취약한 재무구조다. 신라젠은 상장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거둔 적이 없다. 

신라젠의 주요 수익은 제품이나 상품 판매가 아닌 공동연구개발수익과 라이선스 수익으로 구성돼 있다. 신라젠의 지난해 총 수익(매출)은 90억6900만원으로 공동연구개발수익(33억9500만원), 라이선스수익(2억2000만원), 마일스톤수익(52억3400만원), 기타(2억2000만원) 수익이 전부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과 ROE(자기자본이익률)도 각각 마이너스(-) 1737.24%, 57.98%를 기록하고 있다. 

직원들의 근속연수를 보더라도 남성은 2년, 여성은 3년8개월로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필요한 인재들이 근무여건도 갖춰지지 않았다. 

또한 임직원들의 ‘모럴헤저드’도 실패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신라젠을 이끄는 문은상 대표이사는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지하1층, 2층 규모의 단독주택(매입가 약  65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주택 구입 시기는 자신의 보유한 신라젠 주식을 대거 매도(156만주, 1300억원)한 시점(2017년 12월 21일~2018년 1월 3일)과 비슷해 비난여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바이오 개발에 노하우 없이 기업 인수를 통해 임상을 진행했던 것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애초에 신라젠의 야심작으로 불리었던 펙사벡은 애초 자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치료제가 아닌 외부로부터 인수한 기업(제네릭스)을 통해 취득한 것이었다. 즉 치료제 개발 노하우가 없는 상황에서 외국 바이오벤처기업을 인수해 임상을 진행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창업자가 자신이 보유한 기술과 재산을 통해 신약 개발을 추진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며 “하물며 신약 개발 노하우가 없는 상황에서 외국계 기업을 인수해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만약 기업 매도자의 입장에서 관련 기업이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면 인수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치료제 개발 노하우가 있더라도 인수된 기업의 치료제 물질이 실패할 경우에는 다음을 위한 대안도 없기에 더욱 위험하다”며 “신라젠은 태생부터 문제가 많은 회사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19 관련 치료제 테마주 투자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자체매출 없이 실체가 없는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해서 그것이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너도나도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하지만 현재 임상실험을 할 수 있는 인력(환자)도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설령 개발에 성공했더라도 과연 수익 증가에 크게 기여할지도 의문”이라며 “또한 동양인과 서양인의 신체구조도 다르기 때문에 범용화가 이뤄질려면 글로벌업체와 손 잡고 공동 임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부광약품, 엔지캠생명과학, 신풍제약 등 일부 기업들이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임상2상 승인을 받았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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