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5·18 기념식서 진상규명 약속했지만

문 대통령, 5·18 기념식서 진상규명 약속했지만

대통령·정치권 사과요구 ‘한 목소리’… 전두환 측, “이희성 책임” 사과 거부

기사승인 2020-05-18 12:06:35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상규명과 시원한 사과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을 필두로 정치권이 희생자를 기리며 진상규명과 가해책임자들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렇지만 희생자와 국민이 사과의 말을 듣기까지는 아직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오전 광주 5·18민주광장에서는 ‘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렸다.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등 정치권 주요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치인들은 40년째 밝혀지지 않고 있는 ‘5·18 민주항쟁’의 진상을 규명해야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5·18 진상 규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진상 규명은)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는 일"이라며 "진실이 하나씩 드러날수록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고 용서와 화해의 길로 가까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발포 명령자와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헬기사격 등 국가폭력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진상조사위에 강제조사권을 두는 내용의 5·18 관련 입법에 드라이브를 걸 방침임을 밝혔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연합뉴스를 통해 “강제조사권은 진상 규명의 취지를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제대로 된 진상 규명 없이 오랜 세월을 끌어왔다. 21대 국회에서 이를 매듭짓기 위해 야당에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의지도 피력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념식 참석에 앞서 “당 일각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있어 왔고, 아물어가던 상처를 덧나게 했던 일들도 또렷이 기억한다. 이유를 막론하고 다시 한 번 5·18 희생자와 유가족, 상심하셨던 모든 국민 여러분께 매우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

보수야권 인사들의 광주행과 다짐의 말도 이어졌다. 유승민 통합당 의원은 같은 당 유의동 의원, 김웅 당선인과 함께 17일 5·18민주묘역을 참배하며 “지난 40년 광주의 아픔과 광주의 정신을 잊지 않고 살았다. 민주와 공화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뜻을 방명록에 남겼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같은 날 참배 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흘리신 광주의 피와 눈물을 잊지 않겠다”는 글을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 외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권은희 의원, 미래한국당 소속 의원과 당선인 일부도 광주로의 발길을 이어갔다. 민주화 정신을 계승하고 진실규명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직·간접적으로 내보였다고 풀이된다.

이처럼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치권 관계자들의 진실규명과 사과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당시 보안사령관)의 입장을 직접 듣기는 힘들 전망이다. 전 전 대통령은 5·18 당시 군부 실세로 계엄군 출동과 발포명령의 배후로 지목돼왔다.

이에 대해 전두환 전 대통령 측 민정기 전 비서관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5·18 작전 문제에 관해서는 이희성 당시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상세히 언급했다”며 “5·18 문제 전반에 관해서 전 전 대통령이 해야 할 얘기와 하고 싶은 얘기는 회고록에 자세히 기술했다”고 못 박았다.

나아가 “청문회 등에서 (입장을) 표명했다. 매년 사죄하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해 사죄하라는 것이냐. 양민에게 무차별 발포 명령을 했다는 데 대해 사죄를 요구한다면 사실이 아닌데 어떻게 사죄하란 것인가”라며 “경찰과 계엄군이 시위진압에 지쳐 쉬고 있다가 시위대 버스와 장갑차에 깔려 죽었다. 지휘관이 사전에 발포를 명령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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