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폭등에 ‘생활고’ 시달리는 레바논… 물가 2배 올라 굶기도

물가 폭등에 ‘생활고’ 시달리는 레바논… 물가 2배 올라 굶기도

기사승인 2020-05-19 13:50:26

[쿠키뉴스] 조현지 인턴 기자 =레바논 내 경제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통화 붕괴가 시작되며 대부분의 물가가 급등했고 코로나19 여파로 실직자가 늘면서 레바논 사람들은 생활고로 고통 받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레바논은 통화 가치는 1달러 당 4000파운드 가량으로 폭락했다. 기존 1달러 당 1500파운드를 교환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인다. 

또 다진 쇠고기가 파운드 당 약 9달러에 거래돼 고기 가격이 3월 이후 두배 가량 뛰는 등 식료품 가격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베이루트의 한 어시장에서 어부는 달러 부족으로 수산물 수입이 중단 되며 국내 어획물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심지어 인스턴트커피 ‘네스카페’의 가격도 두배나 올랐다.

재정부실과 부패로 수십 년간 지속됐던 레바논의 경제난은 코로나19의 타격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마주했다. 국가 부채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70%에 육박했으며 청년 실업률은 30%를 초과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지난달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금융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매 식사에서 토마토가 빠지지 않았던 레바논 사람들의 식탁에서 토마토가 자취를 감추었다. 레바논의 한 식료품 상인은 “깊게 고민할 것 없이 토마토 1kg, 아니면 그 이상을 사던 사람들이 이제 절반도 안산다. 한번에 500g 정도를 겨우 사가고 있다”고 말했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의 택시운전사인 해팀 아지브는 은행에서 66달러를 인출하려했다. 그러나 최소 인출금액이 100달러로 설정돼 있어 인출하지 못했다. 그는 “한 달 내내 일해도 100달러를 벌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100달러를 벌 수 있는 것인가. 굶어야 하는 것인가?”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 같은 상황에 한 레바논인은 차라리 라마단기간이 좋았다고 토로했다. 엄 아흐메드는 “라마단 기간 동안 가장 좋은 시절을 보냈다. 평소에는 어떤 음식이든 만들어 먹었어야했다. 그러나 라마단 시기에는 13시간동안 단식을 해야 했고 그 이후 먹은 음식은 어떤 종류든 내 아이와 나에게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일부는 먹을 것이 없어 이프타르(금식을 마치고 먹는 첫 식사)를 생략하기도 했다.

레바논 내에서는 생활고를 호소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자들은 은행에 불을 지르고 창문에 돌을 던졌다. 또 예금 인출 제한에 반발해 현금 자동 인출기를 막고 있는 금속 철판을 뚫기도 했다. 시위자들은 “배고픈 사람들에겐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외치며 레바논 북부도시 트리폴리 주요 광장에 모였다. 

레바논인들의 자부심이었던 식탁은 생활고로 인해 아득한 꿈이 됐다. 그들은 이전에 먹었던 화려한 음식들 대신 쌀, 고기, 토마토, 감자 중 몇 가지만을 선택해 한 끼를 꾸려야한다.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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