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사태, 한국거래소 책임론 부상...부실심사 논란

신라젠 사태, 한국거래소 책임론 부상...부실심사 논란

기술평가 AA등급이라더니...부실심사 도마에

기사승인 2020-05-29 05:45:00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온갖 불법 의혹으로 상장폐지 기로에 선 '신라젠 사태'에 상장 최종 결정 기관인 한국거래소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상장심사 과정의 부실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평가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르면 29일까지 신라젠의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이날까지 심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할 경우 기한이 더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거래소 규정상 심사대상 여부 결정을 위한 추가조사 필요성 등이 있을 경우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거래소가 신라젠에 대해 상장 유지에 문제가 없는지를 따져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거래소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상장 문턱을 부실하게 잡아둔 책임이 크다는 평가다. 신라젠은 지난 2016년 기술 특례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당시 신라젠은 거래소의 기술평가를 AA등급으로 통과했다.

기술성장기업 상장 특례는 기술력과 성장성이 뛰어난 유망 기업의 코스닥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 지난 2005년 3월 도입한 제도다. 기술성이 인정된 기업이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제도 도입 취지다. 거래소는 제도 도입 이후에도 기술 특례상장 문턱을 지속적으로 낮춰왔다. 

다만 신라젠을 포함해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이 현저한 주가부진과 임상 실패 등 잇따라 문제가 터지면서 거래소의 제도 운영과 심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거래소가 지난해 9월 기술특례상장의 주요제도인 기술평가제도를 개선하고 나서기도 했으나 상장 검증과 기업 부실화에 대한 감독은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조차도 기술특례제도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 충분히 경험이 없는 상태였다. 미숙했던게 사실"이라며 "버블 논란이 나타날수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거래소 자체적으로 심사에 대해 내부 가이드라인이나 원칙들을 정립할 필요성이 있었는데, 그런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외부 평가를 기계적으로 인용하는 방식으로 심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거래소는 책임 떠넘기기 식의 상장심사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턱을 낮췄으면, 그 낮은 문턱을 통해 들어온 기업들을 중점적으로 관리도 했어야 했다.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시정조치를 마련할 책임도 져야 했다"고 덧붙였다.

신라젠 관련 어떤 결정이 내려지느냐에 따라 거래소를 상대로 한 주주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앞서 신라젠 개인투자자 모임인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 측은 "모든 책임을 개인 주주들에게 전가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가용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주모임 관계자는 "거래소가 상장폐지로 가는 절차를 밟는다면, 그건 거래소의 책임도 인정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거래소가 책임지는 것은 하나도 없이 종목에 대해 거래정지 1년, 2년 이렇게 간다면 그 어디가 투자자 보호인가"라며 "거래소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어떤 입장이 나오는지 지켜보고 그에 따라 주주의견서를 전달하고,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추가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신라젠의 소액주주는 16만8778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주식수는 6230만주(지분율 87.6%)다. 최종적으로 상장폐지될 경우 소액 주주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게될 전망이다.

법무법인 우리의 김정철 변호사는 "주주들은 주권거래정지 조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상장폐지 결정 관련 무효 소송을 할 수 있다. 신라젠의 경우 한국거래소가 재량적으로 판단해 상장폐지 관련 사항을 결정하는데, 그 결정에 있어 재량을 남용할 여지에 대해 소 제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래소의 상장폐지 관련 결정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사례도 있다. 재량권을 적절히 행사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8년에 상장폐지 절차를 밟던 코스닥 상장사 11개사 가운데 법원 판결로 4개 업체의 상장폐지 절차가 중단되기도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특례상장 기술평가 관련해서는 지난해에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도 했다. 기업 상장과 관련해서는 회계보고서, 주관사의 검증 책임 부분이 크다. 외부 기관의 검증을 거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상장 이후 벌어지는 문제들에 대해 거래소의 감독 책임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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