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고지대에 살수록 감염확률 낮다?

코로나19, 고지대에 살수록 감염확률 낮다?

기사승인 2020-06-01 17:20:19

[쿠키뉴스] 조현지 인턴 기자 =고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할수록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해발 3399미터 고지대에 위치한 페루 쿠스코는 코로나19 감염률이 매우 낮다. 

구름 속의 요새라고 불리는 ‘마추픽추’를 향하기 위해 꼭 거쳐야하는 관문으로 미국, 중국, 유럽 등 매년 3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도시이기 때문에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약 42만명의 주민이 거주 중인 쿠스코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확산이 급속하게 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도시 전체 사망자수(약 4000명)에 비해 19명이라는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감염률도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페루 전체 확진자 14만 1000여명 중 단 916명만이 쿠스코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는 페루 전국 평균 보다 80% 이상 낮은 수치다.

WP는 이 같은 결과가 안데스 산맥과 티베트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고경사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감염과 사망이 저조하게 발생한 것이다.

국제학술지 호흡기생리학과 신경생물학(Respiratory Physiology & Neurobiology)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3000미터 이상 고도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저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보다 훨씬 코로나19 감염율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들은 “티베트의 감염률이 저지대인 중국보다 훨씬 낮았으며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볼리비아 지역과 에콰도르 지역은 3-4배 더 낮은 수치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공식 집계는 이들의 연구를 뒷받침해준다.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자 대다수는 저지대 과야킬 항구에 집중됐다. 볼리비아도 저지대 인 산타크루스에서는 8000여건의 감염자가 발생한 반면 고지대 라파스는 410여건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일부 연구진들은 고지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저산소증(혈중 산소 농도가 낮음) 대처 능력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메이요 클리닉의 폐 전문의 클레이튼 카울 박사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폐 분로로 인한 저산소증’이 고지대에 거주 중인 사람들에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폐의 일부가 손상되면 신체는 혈액의 흐름을 산소를 더 흡수할 수 있게 조정하는데 폐 분로가 발생하면 이런 역할을 방해해 저산소증을 유발한다”며 “높은 고도에 장기간 노출되면 ACE2로 알려진 단백질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폐 분로를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카울 박사는 고지대 거주 사람들이 가진 신체적 능력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도 일반적으로 3개월 정도면 저산소증에 완벽히 적응한다”며 “고산지대를 여행한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증상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학적인 관점에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 같아 매우 흥미로운 상황”이라며 “만약 코로나19와 고지대가 연관이 있다면 우리는 코로나19를 고압실에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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