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 금융감독원 부원장에 금융위원회 출신 인사가 임명된 것을 두고 금감원 노조가 ‘낙하산 인사’라며 금융위를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코로나19 ‘위기’를 강조하며 금감원의 협력을 당부했다.
금융위원회는 4일 제3차 임시회의에서 금융감독원장의 제청에 따라 김근익 現 금융정보분석원장, 최성일·김도인 前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금융감독원 부원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3인의 신임 부원장 가운데 김근익 現 금융정보분석원장은 금융위 기획재정담당관·은행과장·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장과 국무총리 소속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부단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금감원의 수석부원장 체제가 유지될 경우 2인자 자리인 수석 부원장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금감원 노조는 이 같은 인사가 발표된 직후 “모피아 출신 낙하산을 반대한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금감원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금감원이 국민 신뢰를 잃은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꼽히는 채용비리의 근본원인은 금융위 출신 낙하산이었다”며 “당시 ‘한 번 살펴보라'고 한 최수현 원장과 은밀하게 청탁을 전달한 김용환 수석부원장은 금융위에서 금감원 수석부원장으로 보낸 낙하산 인사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위 출신 낙하산이 채용비리의 근원이었지만 그 책임은 무고한 금감원 직원들이 지고 있다”면서 “금융위는 채용비리를 빌미로 공공기관 지정과 예산삭감이라는 칼로 감독당국을 겁박했고 채용비리와 무관한 금감원 직원들은 승급 제한이라는 멍에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조는 “이러한 상황에도 금융위 낙하산들은 대학교수, 법무법인 고문으로 안락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며 “유광열 수석부원장도 금감원 업무와 무관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강하거나 업무차량을 업그레이드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다양한 금융 현안을 두고 금융위와 마찰을 보여온 가운데 금융위 출신 부원장 선임으로 금융위의 통제력 강화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은 위원장은 금감원이 이러한 반발을 예상한 듯 이날 이례적으로 두 기관의 공조를 강조하며 협력을 당부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은 위원장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에게 부원장 임명을 통해 금융감독원 간부진들이 새롭게 갖춰진 만큼 “흔들림 없이 코로나19에 대응한 금융지원 및 현장점검, 금융소비자보호,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 등 주어진 임무를 신속하고 차질 없이 수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코로나19, 미·중갈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경제 전시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임을 설명하고, 현안이 산적한 만큼 양 기관의 긴밀하고 유기적인 소통과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는 점을 역설했다.
금융권에서는 은 위원장의 발언이 부원장 인사를 두고 나오는 갈등을 접어두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집중하자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감원 수석부원장 체제의 변화에 따라 갈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