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 PD의 판타지

[쿠키인터뷰] ‘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 PD의 판타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 PD의 판타지

기사승인 2020-06-09 09:00:00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또 성공이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연이어 성공시킨 신원호 PD의 작품 목록에 새로운 드라마가 추가됐다. 신 PD는 최근 막을 내린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호평을 얻었다. 방영 전 주 1회 방송을 향한 우려 섞인 시선은 시즌1을 마친 지금, 시즌2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아마 소소한 사람 이야기에 공감해주시는 것 아닐까 싶어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을 마친 신 PD를 서면으로 만났다.

Q.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 연출 작업을 마친 소감이 궁금하다.

“홀가분하다. 전작까지는 ‘끝났다’라는 느낌과 함께 긴장이 풀어졌었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시즌제라서 그런지 아직 안 끝났다는 생각이 있어 긴장감이 온전히 풀어지지 않은 것 같다. 아마 시즌2가 끝나면 이 여파가 몰려오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 1회 방송이라는 편성도, 명확한 기승전결이 아닌 소소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구성적인 면도 저희에게는 큰 도전이었는데, 많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다. 지금까지 했던 그 어떤 작품들의 결과보다도 안도하게 되는 지점이다. 주 1회 방송을 버티면서 따라와 준 시청자분들께 감사드린다.”

Q. 주 1회 편성 시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 좋은 결과를 냈다. 주 1회 편성이 작품의 완성도나 제작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보통 많이 활용되는 드라마 형식(16부작, 20부작 등)이 아닌 주 1회나 시즌제로 갈 수 있는 드라마가 성공해서, ‘뉴 노멀’이 됐으면 한다. 물론 모든 제작사나 방송사가 주 1회 방송이나 시즌제, 사전제작 등의 풍토가 자리 잡기엔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다. 결국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 5분물, 30분물, 120분물 등 런닝타임의 변화나 3부작, 6부작 등 제작 편수의 변화 같이 드라마 형식이 다양화되고, 이와 함께 플랫폼들이 확장되면서 수많은 형태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Q. ‘응답하라’ 시리즈 이후 ‘슬기로운’ 시리즈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만든 세계에 시청자가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소소한 사람 이야기에 공감해주시는 것 아닐까 싶다. ‘세상 모두가 다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라는 것이 우리의 판타지인 것 같다. 그간 ‘교도소에 저렇게 좋은 사람이 어디 있어’ ‘병원에 저렇게 좋은 의사가 어디 있어’하는 댓글도 많이 봤다. 하지만 그게 판타지일지언정 그걸 보면서 마음이 좋고, 나도 저런 좋은 사람들과 같이 있었으면, 그래서 ‘나도 좋은 사람이 돼야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그런 목표를 위해 매번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좋은 사람들의 집단이 판타지라고 여겨지는 현실은 슬프지만, 그래서 더욱더 좋은 사람들이 펼치는 선한 이야기가 수많은 드라마 속에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한편에서는 ‘러브라인’에만 치우친다거나 현실적인 갈등을 배제한 묘사라는 지적도 있었다.

“웬만한 에피소드들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인터뷰하면서 저희가 듣기에 좋은 이야기들을 모아서 보여드리다 보니까 병원 판타지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멜로 부분이 크지는 않지만 캐릭터들이 살아가면서 사랑을 빼고 가는 것도 너무 큰 걸 회피하고 가는 기분이어서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철저히 선을 지키고 정해진 만큼을 지키는 선에서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담이라기보다 선을 넘지 말자라는 생각을 했다.”

Q. 이번 작품을 통해서 여러 배우가 주목받았다. 주인공 5인방 외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한 배우를 꼽자면 누구일까.

“정문성의 경우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출연했다. 이우정 작가가 워낙 좋아하던 배우였다. 그때는 생긴 것도 무게감이 있고 아무래도 캐릭터도 어둡다 보니 연기를 상당히 무겁게 받아들이는 참 진중한 친구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중, 도재학을 캐스팅해야 하는데 이 캐릭터가 잘못 연기하면 너무 뻔한 캐릭터가 되겠더라. 그래서 5인방을 캐스팅할 때만큼 힘들었다. 그때 전미도가 정문성을 언급하며 정말 재밌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조정석도, 유연석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아는 사이인데도 새삼스럽게 미팅을 했다. 다시 보니 낯을 가릴 뿐, 정말 웃긴 사람이더라. 도재학은 뻔하게 연기하면 감초 캐릭터밖에 안 되는데, 정문성의 평소 진중하면서도 웃긴 모습이 잘 맞물려 시너지가 탄생했다. 웃기려는 자세가 없는데도 웃기고, 그 안에 페이소스도 있다. 진지함과 코믹을 모두 소화하는 배우를 찾기란 사실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 배우들이 크게 되곤 한다. 정문성이 앞으로 훨씬 더 큰 배우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신현빈은 왜 아직 못 뜨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본 이해도가 높으면서도 성실한 배우다. 신현빈은 마치 경주마처럼 캐릭터만 보고 달려간다. 예쁘게 보이려는 욕심도 없고 몸을 사리는 영악함도 없다. 그게 너무 고마운 한편, 누군가 옆에서 케어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물불 안 가리려는 마음이 너무 예쁘지만, 연기라는 장기 레이스로 봤을 때는 영리하게 몸을 사리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걱정되는 마음이 있다. 6화에서 진통제를 먹고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왔을 때 한 특수분장도 현장의 모두가 놀랐지만, 본인은 덤덤했다. 예뻐 보이려고 안 하는 자체가 너무 예뻤다. 그런 배우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역을 맡겨도 안 맞으면 안 맞는 대로 연구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예뻐 보이려 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예뻐하는 배우가 될 수밖에 없다.”

“안은진은 사람 자체가 맑다. 딱 추민하 같다. 추민하가 보여줬으면 했던 건 숨기는 게 없는 사람이었다. 마음속 생각을 바로 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여우같이 보여야 했다. 요즘 캐릭터들이 겉모습과 달리 이면적인 모습들이 많고, 그런 지점에서 오는 반전이 많지 않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추민하가 그렇다. 공연에서 쌓은 내공이 있어서 아이 같은 맑음과 기술적인 것이 맞물리다 보니 심도 있되, 깨끗한 연기가 나왔다. 10화에서 양석형에게 ‘전 좋아해요’라고 말하며 고백하는 연기가 딱 그랬다. 안은진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영화와 무대, 드라마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럴만한 연기력과 매력이 있다.”

“김준한은 뻔하지 않게 캐릭터를 소화해낸다. 김준한의 연기 매력은 일상적으로 지나가는 대사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표현해낸다. 뻔한 연기가 있으면 김준한에게 맡기면 되겠다고 할 정도로 말이다. 안치홍 캐릭터 역시 김준한이라면 뻔하지 않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아 함께했다. 다양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할 수 있는 배우다. 평범한 역할도 색다르게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을 납득시킨다. 힘 빼고 툭툭 대사를 던지는 연기가 김준한만의 색깔이다. 진짜 평생 김준한은 자신만의 영역을 갖고 연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익순은 웃길 줄 알아야 한다. 멜로가 가능하면서, 웃길 수도 있는 배우여야 했다. 그래서 비둘기를 천연덕스럽게 날릴 수 있는 매력 있는 배우가 누가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곽선영과 미팅 당시에 너무 유쾌했다. 마치 남자인 친구와 농담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거기다 연기도 잘하고 영리하다. 그래서 캐스팅했다. 곽선영에게 가장 놀랐던 장면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발차기 장면이다. 촬영 시작 전에 캐릭터 설정상 무술 내공이 보여야 해서 무에타이 연습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는데, 당일 수십 번의 발차기에도 지치지 않더라. 여성이 단기간에 연습해서 나오기 쉽지 자세인데, 몸을 굉장히 잘 썼다. 발차기를 열심히 배워온 자체도 너무 예쁘고 고맙고 기특한데, 장면도 자체도 재미있게 나와서 다행이었다. 다른 하나는 오빠 이익준(조정석)이 면회 왔을 때 순간 울컥하는 그 느낌이었다. 되게 미묘한 감정인데, 둘 다 연기를 잘해서 씬이 참 예뻤다. 눈물이 나는데 참으려다 순간 울컥하는 그 지점이 별거 아닌 것 같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감정이었는데 너무 잘했다. 계속 쌓아온 무대 내공이 어디 안 간다 싶더라.”

Q. 실제 의료진의 드라마 리뷰 콘텐츠가 여럿 나오기도 했다. 실제 의사나 간호사 환자 등 병원 관련자에게 들었던 드라마 평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실제 의사 선생님이 의사 시청률 100%라고 하더라. 자문 선생님을 통해 의료진들의 의견을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는데 뿌듯했다. ‘너무 리얼하다’, ‘리얼해서 보기 불편하다’라는 농담 섞인 반응을 보니 의료진의 삶을 비슷하게 그려낸 것 같아 좋았다. 에피소드 하나하나 모두 의료진들이 실제로 겪는 일인데 그분들은 막상 다음 환자가 기다리고있어서 감성에 빠져 곱씹는 순간이 없지 않나. 그래서 객관적으로 자신의 일을 바라볼 수 있는 지점이 되었다, 자기가 겪은 일인데도 뭉클하고 가슴 아프다는 반응이 신기했다.”

Q. 시즌1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인가.

“작품을 하면서 늘 목표로 두는 것은 공감이다. 이번 온·오프라인 반응들은 모두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따뜻했다. 시청한 후 ‘좋았다’ ‘힐링 됐다’ ‘보는 내내 너무 따뜻했다’라는 후한 댓글들이 많았고, 오프라인에서도 생전 드라마를 안 볼 것 같던 분들에게 오는 감동의 반응들도 많았다. 그런 리액션들이 PD라는 직업을 계속 할 수 있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뜻한 온기가 공유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전하고 싶은 건 모두 전해진 셈이다.”

Q. 시즌2를 기다리는 시청자에게 답변 가능한 선에서 관전 포인트를 짚어달라.

“시즌 2에 관해서는 2021년 새로운 계절에 돌아올 예정이니 방송을 통해 모든 부분을 확인해주셨으면 좋겠다. 올해 말에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며 방송 시기는 미정이다.”

inout@kukinews.com / 사진=tvN 제공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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