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발생한 ‘묻지마 폭행’…서울역 15번 출구 다시 가보니

또 발생한 ‘묻지마 폭행’…서울역 15번 출구 다시 가보니

기사승인 2020-06-12 06:10:00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묻지마 폭행’ 사건이 있은지 얼마되지 않아 서울 동작구에서 남성이 처음 보는 여성 2명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일 동작구 동작동에서 30대 남성 A씨가 길을 가던 20대 여성 2명을 폭행한 사실이 10일 뒤늦게 알려졌다. A씨는 귀가 중이던 여성에게 다가가 팔 부분을 가격한 뒤 몸을 밀쳐 넘어 넘어뜨렸다. 이후 골목에서 마주친 또 다른 여성의 머리를 가격했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를 현장검거했다.

사건은 서울역 묻지마 폭행범 이모(32)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다음날 벌어졌다. 이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2시쯤 공항철도 서울역 1층 아이스크림 전문점 근처에서 30대 여성 B씨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B씨는 눈가가 찢어지고 광대뼈가 골절됐다. 이씨는 지난 3일 긴급체포됐지만 절차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으로 구속을 면했다. 백주대낮에 일면식도 없는 행인을 상대로 벌어진 폭행 사건으로 사회가 떠들썩했다.

서울역 묻지마 폭행 사건 이후 현장은 달라졌을까. 11일 오전 찾은 서울역에는 여느 때처럼 캐리어를 끌고 가는 시민, 엄마 손을 잡고 가는 아이들, 열차 시간을 확인하는 여행객들이 눈에 띄었다. 공항철도 서울역 1층에 위치한 15번 출구는 다른 출구들에 비해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인근 아이스크림 전문점과 편의점, 김밥 가게에 있는 손님은 한 두명 정도였다.

수사에 걸림돌로 지적됐던 폐쇄회로(CC)TV 미설치 문제는 개선이 됐을까. 경찰은 신고를 접수한 뒤 일주일 동안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사건 현장에 CCTV가 없어서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전국민이 다니는 서울역에 CCTV 사각지대가 있다는 게 말이 되냐”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피해자가 경찰에 같은 문제 제기를 하자 ‘안 그래도 그 장소에 CCTV가 없어서 그동안 수사에 걸림돌이었다’는 답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이날 확인한 결과 15번 출구 출입문 위쪽에 CCTV가 새로 설치됐다. 2층 서울역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관할 구역이다. 서부역 방면 1층은 공항철도가 관할 기관이다. 공항철도 측에 따르면 해당 CCTV는 사건 발생 10일 뒤인 지난 5일에서야 설치 완료됐다.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CCTV가 하나 새로 달린 것 외에 안전이 강화됐는지 여부는 체감할 수 없었다. 피해자는 사건 당일 도망치는 가해자를 혼자 ‘죽어라’ 쫓아갔다. 현장에 경비 인력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날 찾은 15번 출구 인근에는 여전히 경비 인력이 보이지 않았다. 2층 서울역 대합실에서 만난 코레일테크 소속 특수경비대원 한명은 “(묻지마 폭행 사건 이후) 대합실 내 도구를 소지하고 있거나 이상한 낌새가 있는 사람들을 더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면서도 “예전보다 인력이 늘어나거나 순찰을 더 자주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역 내 상점에서 근무하는 이들과 시민은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을지 우려했다. 대합실 내 한 상점 종업원 박모(65·여)씨는 “나도 묻지마 폭행 피해자가 될까봐 걱정된다”면서 “유동인구가 많고 주취자와 노숙자가 빈번하게 출몰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서울역에 CCTV 사각지대는 말이 안 된다. 평소 일주일에 적어도 서너 번은 노숙인 침입, 행패 때문에 철도 경찰을 부를 정도”라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26·여)씨 역시 “사건이 발생한 뒤 서울역 내 인적이 드문 곳은 되도록 피해 가려 한다”면서 특히 여자 등 약자를 대상으로 묻지마 폭행이 자꾸 생기는 것 같아 두렵다”고 토로했다.

공항철도 관계자는 사건 10일이 지난 뒤에야 CCTV가 설치된 것에 대해 “지난 1일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사각지대 문제를 인지했다”면서 바로 지난 3일부터 공사에 들어가서 5일 설치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달 말까지 서울역 공항철도 구간 내 CCTV 설치가 미흡한 곳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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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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