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원 구성 늦어지는 사이, 780여 개정안 ‘표류’

21대 국회 원 구성 늦어지는 사이, 780여 개정안 ‘표류’

하루 평균 50여개 안건 쏟아지는데… 처리는 ‘상임위 정수조정’ 1건 뿐

기사승인 2020-06-23 05:00:00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21대 국회가 문을 연지 20여일이 지났지만 국민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할 법률안들이 단 1건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로 임기를 시작한 국회의원들이 소속돼 ‘입법부’로서 역할을 수행해야할 상임위원회 배정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까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법안은 총 841건이다. 하루 평균 38건 이상이 접수됐다. 주말을 제외하면 16일 동안 하루에 약 52.6건이 접수된 셈이다. 하지만 법안처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의안정보시스템 상 ‘처리’된 안건은 총 8건이다. 이 중 6건의 법안은 철회에 따른 ‘처리’다. 이마저도 4건은 발의의원이 바뀌거나 내용이 수정되는 선에서 재발의 됐다. 김영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철회됐지만 조만간 통일부에서 같은 내용을 정부입법으로 제출할 예정이기에 사실상 철회로 보기 어렵다.

정청래 의원이 지난 17일 KBS의 방송수신료의 회계 분리 및 투명성 강화를 내용으로 대표발의한 ‘방송법 개정안’만이 현재로써는 유일한 철회법안이다. 철회를 제외한 나머지 2건의 처리안건도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돼 10일 확정한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정수 개정’ 관련 사안으로 실질적으로는 1건에 해당한다. 이마저도 법률안은 아니다.

이들을 뺀 나머지 833건 중 예산안이 38건, 결산안이 1건, 결의안이 6건, 규칙안이 1건 접수된 상태다. 순수하게 우리 사회의 불합리나 법 혹은 제도의 미비함을 보완·수정하기 위한 개정안은 784건이다. 문제는 미래통합당의 상임위 배정반대 후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어 이들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언제나 시작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스토킹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21년 전인 15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국회의 임기가 만료돼 폐기된 후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온 ‘스토킹 처벌법’을 비롯해 19대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의원시절 발의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도 다시 제출된 법안이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총 7만5083건이 발생해 피해액만 1567억원에 달하는 실수에 의한 ‘착오송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도 20대 국회의 임기만료로 폐기된 후 다시 발의됐다. 보험업계의 숙원법안인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관련 법안이나 20대 국회에서 10건 중 8건 가량이 폐기됐던 아동학대 관련 법안들도 잇따라 재발의 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이 2만4141건이다. 이 가운데 9139건이 처리됐다. 처리율은 30%대 중반이다. 많이 발의하고 많이 처리했다. 하지만 폐기된 법안들 하나하나도 현장에서,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면서 “21대 국회는 전처를 밟지 않도록 조속히 국회가 정상화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시민사회의 바람이 이뤄지기까지는 아직 시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박병석 국회의장,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이유는 다르지만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원 복귀를 독려하고 있지만 통합당은 금주 내 원 복귀를 시사하면서도 순순히 국회운영에 협조할 수는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2일 “여당은 상임위원장직을 전부 갖고, 야당은 상임위에서 역할을 다하겠다”며 조만간 통합당 의원들이 등원할 것이라고 연합뉴스를 통해 전했다. 다만 “여당의 법제사법위원장 선출강행은 선전포고 이상으로, 의회독재를 실행에 옮긴 것”이라며 “이제 협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협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의 협치발언, 여당의 협상제안은 시늉일 뿐 진실은 협박이었다. 30년 협치 원칙과 전통을 짓밟힌 야당 원내대표가 사의를 밝히고 산사에 장기칩거하는 이유”라며 정부여당의 경제·외교·안보 실패를 비롯해 정의연의 기부금품 횡령의혹, 청와대의 운산시장 선거개입논란, 빚더미 추경의 문제점을 낱낱이 비판하겠다고 덧붙였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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